brunch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운 일인 이유

by 서정


혼자 있을 때에는 수많은 생각과 상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제멋대로 여기저기 부유하다가 흩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일부는 남아 가장 깊은 뇌리에 뿌리가 되어 스며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 틈에 던져지면 그 생각들은 일제히 이곳저곳으로 튀어 부서진다. 어떤 파편들은 사람을 상처입힌다. 그리고 그렇게 반사된 것들에 의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비치게 된다. 그렇게 드러나보이는 내 모습이 무서울 때가 있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가, 말로 드러내보이는 게 겸손을 가장한 교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침묵이 편한 까닭은 그런 연유에서이다. 그릇된 편견과 기준들 때문에 이상하게 재단된 사람들이 사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공포가 아닐까. 어쨌든, 누구나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만, 사람을 만나면서야 알게 되는 것도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런 과정들이 힘들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되면 좋고, 아니어도 할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