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에는 수많은 생각과 상념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제멋대로 여기저기 부유하다가 흩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일부는 남아 가장 깊은 뇌리에 뿌리가 되어 스며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 틈에 던져지면 그 생각들은 일제히 이곳저곳으로 튀어 부서진다. 어떤 파편들은 사람을 상처입힌다. 그리고 그렇게 반사된 것들에 의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비치게 된다. 그렇게 드러나보이는 내 모습이 무서울 때가 있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가, 말로 드러내보이는 게 겸손을 가장한 교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침묵이 편한 까닭은 그런 연유에서이다. 그릇된 편견과 기준들 때문에 이상하게 재단된 사람들이 사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공포가 아닐까. 어쨌든, 누구나 혼자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만, 사람을 만나면서야 알게 되는 것도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런 과정들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