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관리국(OFAC,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은 6월 21일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정 국방부와 국영은행인 Myanmar Foreign Trade Bank (MFTB), Myanmar Investment and Commercial Bank (MICB))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OFAC은 MFTB와 MICB가 미얀마의 국영 금융기관으로서 군정의 외환 거래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MOGE(Myanmar Oil and Gas Enterprise)를 포함한 미얀마 국영기업들의 수익 창출을 위해 해외거래를 지원하고, 군정 국방부 및 기타 군 관련 기관들의 무기 및 여타 물품의 구매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Brian E. Nelson 미 재무부 차관도 성명을 통해 ‘군정은 MFTB와 MICB를 이용하여 러시아로부터 무기와 관련 물품들을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해당 발표에 앞서 UN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 Tom Andrews는 ‘The Billion Dollar Death Trade: The International Arms Networks that Enable Human Rights Violations in Myanmar,’를 통해 정변 이후 군정이 해외로부터 구입한 무기와 관련 장비 규모가 최소 1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OFAC의 제재 결정에 따라 MFTB와 MICB의 미국 내 모든 자산 및 수익이 차단되고 관련 거래가 금지된다.
무엇보다 MFTB와 MICB를 통한 미얀마 군정의 무기류를 비롯한 물품들의 수출입 외환 거래가 전면 차단될 전망이다. 미국은 2003년에도 당시 미얀마 군정에 대한 제재 일환으로 MFTB와 MICB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했으며 2016년 미국의 미얀마에 대한 제재조치 해제 시 같이 해제된 바 있다.
미국의 비영리 인권환경운동 단체인 Earth Rights International과 EarthRights International 은 2023년 2월에 발간된 보고서 ‘Missed Opportunities: The need for a better approach to sanctions in response to Myanmar’s military coup’을 통해 미국, 영국, EU의 미얀마 군정에 대한 제재 정책이 공조 부족과 목표 및 영향력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미얀마 제재 전략 실패라고 강조했다.
특히 MFTB와 MICB가 군정의 외환 금고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MFTB와 MICB가 군정이 MMK로 구입이 불가능한 항공연료, 무기 및 무기 생산을 위한 부품류 구입을 주도해 왔으며 해외 은행에 개설되어 있는 MFTB와 MICB 계좌가 군정으로 유입되는 외환 통로라고 지적했다. 또한 MFTB와 MICB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군정의 외환 확보 및 거래 차단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제재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미국과 EU, 영국은 2021년 정변 발생 이후 MFTB나 MICB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단지 EU 의회가 2021년 10월 두 국영은행에 대한 제재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그쳤다.
OFAC의 미얀마 국영은행 제재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Myanmar-now는 6월 23일 자 기사를 통해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제재 효과에 대해 금융 및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MFTB와 MICB에 대한 제재 조치가 이행되더라도 외국계 금융기관을 통한 달러 거래가 가능하므로 제재 조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과 MFTB와 MICB가 군정의 주요 달러 거래 은행이므로 군정이나 관련 기관 및 군부 유착 기업들의 국제 거래가 어려워짐으로써 그 제재 조치 효과는 클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를 소개했다.
2022년 10월 FATF (자금세탁방지기구, Financial Action Task Force)가 미얀마를 소위 블랙리스트인 ‘Jurisdiction subject to a Call for Action’ 국가로 지정한 이후 2023년 3월 총회에서도 지정을 해제하지 않은 상황이다. OFAC의 국영은행들에 대한 제재 효과에 대해 이견들이 있지만, FATF 블랙리스트 지정에 이은 국영은행 제재로 해외 금융거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은 분명하고 이는 군정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기업들은 미얀마에 대한 투자와 거래를 더욱 신중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군정의 국제 거래를 은밀히 지원해 왔던 중개 업체들도 더 이상 지원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쪼 민 툰 미얀마 군정 대변인은 이번 미국의 제재 발표를 하루 앞둔 6월 20일 관영언론 MWD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추가 제재조치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얀마는 국제시회의 경제제재 조치를 수차례 겪어왔으며 국영 은행에 추가 제재가 가해지더라도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재 대상인 두 은행 모두 미국 내 계좌가 없기 때문에 이번 제재로 인한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미얀마 내에서 외국계 은행 서비스가 여전히 정상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외환감독위원회와 CBM이 정한 규정에 따라 외환송금, 수출입 문제, 근로자·선원 임금 송금 등이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MFTB와 MICB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는 미얀마로의 외환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로 미얀마 다당제 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미국이 미얀마의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군정이 MFTB와 MICB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미얀마로의 외환 유입을 차단할 것이라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언급이 가뜩이나 불안정한 미얀마 외환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정은 국제 제재로 인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외환부족 사태 해소와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나섰다. 군정의 외환 관련 기본 정책은 국내적으로는 외환 강제 환전을 통한 외환 확보, 대외적으로는 달러 의존도 감소를 위한 주요 교역국 화폐와 상호 결제시스템 구축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CBM은 5월 25일 자 공고문을 통해 시중 환율이 CBM이 정한 기준 환율보다 높게 거래되는 경우가 있으며 은행들이 시중 환율로 달러 거래에 관여 시 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5월 26일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CBM은 외환시장 안정과 환율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환율이 안정적이며 기준환율 변경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6.14 제재 조치는 미얀마로의 외환 유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MMK는 더욱 약화될 조짐을 보였다. 군정은 국내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해 통화 시장에 더욱 개입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모든 외환거래를 군정 통제하에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외환 불법거래 및 불법 힌두 단속 강화
CBM은 6월 23일 자 공고를 통해 금 및 통화시장 감시 및 운영 위원회 (Monitoring and Steering Committee on Gold and Currency Market)의 지도 아래 양곤 및 만달레이의 외환 불법 거래자와 불법 힌두 송금서비스 운영자를 단속한다고 발표했다.
단속반은 6월부터 양곤과 만달레이의 불법 거래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으며, 불법 확인 시 현행법에 따라 기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단속 결과 관련 면허 없이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 힌두 사업자, 무면허 디지털 머니 서비스 사업자 등 51명의 개인과 관련업체들이 적발되었으며, 이들은 자금세탁방지법과 외환관리법에 따라 법적 조치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 이후 시중 환전상들은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명목상 CBM 지정 공식 환율인 달러당 2,100 MMK를 전면에 내걸었다. 군정의 대대적인 외환 시장 단속으로 사실상 시장 외환 거래가 중단된 셈이다.
6월 29일 현재 USD와 CNY 환율 변동 현황을 보면 미국의 제재 발표 이후 군정의 국내 외환 시장에 대한 강력 조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공식 온라인 플랫폼 거래 환율도 USD의 경우 전주 대비 달러당 180 MMK 올랐고, CNY의 경우 위안 당 11 MMK 상승했다. 실제 암시장 환율은 이보다 더욱 높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 충격이 크다는 의미이다.
2) CBM 온라인 외환 거래 플랫폼 운영으로 제3의 환율 등장
CBM은 6월 22일 온라인 외환거래 (FOREX) 프로그램 Refinitiv platform을 바탕으로 외환 취급허가(AD) 6개 은행과 소비자 간 온라인 외환거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CBM은 6월 21일 AD 은행들에 보낸 서한을 통해 AD 은행과 고객 간 모든 외환 거래에 대해 온라인 외환거래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AD은행이 외환 거래를 원하는 고객사들의 거래 요청 내역(기업명, 업봉, 매수금액 및 사유, 통화종류)을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일일보고서 형태로 CBM에 보고하면, CBM은 AD 은행의 거래 요청을 검토한 후 당일 오후 1시까지 외환 거래 승인 내역을 AD 은행에 통지하는 일련의 절차를 도입한 것이다.
온라인 FOREX를 통해 거래가 허용된 6월 22일, 689만 달러가 달러당 2,920/2,922 MMK로 거래되었으며 이틀간 총 1,170만 달러가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정의 이 같은 조치에 따라 6월 말 현재 미얀마에는 CBM 고시 기준 환율 2,100 MMK, 6월 29일 시중 환율 3,170 MMK 그리고 FOREX를 통한 환율 2,920/2,922 MMK 등 3가지 환율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었다. CBM은 FOREX를 통한 환율이 시장 환율이며, SNS와 같이 민간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명시되는 환율은 불법으로 간주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운영 중인 암시장 환전상들을 FOREX로 대체 관리해 나가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CBM의 이러한 조치는 일견 효과적인 환율 시장 관리를 통해 외환 거래 시장 투명성 및 효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3가지 환율이 혼재된 외환시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임은 분명하다.
3) 외환 유출 방지 목적의 수입허가 시스템 강화
상무부 무역국은 6월 21일 발행된 News bulletin(9/2023)을 통해 수입 대금으로 사용되는 수출 및 기타 수입(earning) 증빙 확인을 위해 향후 수입 허가 신청이 강화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즉, 6월 22일부터 1,525 상품군만 온라인 자동 허가 시스템을 통해 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해상 무역의 경우 수입 허가가 필요 없었던 상품군도 의무적으로 수입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경 무역을 통한 수입의 경우 수출 수입(earning) 및 기타 소득 서류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위해 개별 수입 허가신청만 가능하며, 이전에 수입허가가 필요하지 않았던 상품들도 허가증이 발급되어야 수입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4월 25일 발표된 News bulletin (8/2023)에 따르면, 2022년 미얀마 관세 규정에 따라 수입 시 10자리 HS 코드가 있는 3,075개 상품군은 미얀마 Tradenet 2.0을 통해 온라인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공지된 바 있다. 수입 대금 유출을 막기 위해 불과 두 달 만에 수입 통제가 더욱 강화된 것이다.
국경무역업자는 공식 은행계좌를 통해 수출 대금을 받아야 하고, 해당 계좌 잔고로 수입 대금을 지불해야 하며, 상무부는 수입 허가 신청업자의 은행 계좌 잔고를 기준으로 수입 허가를 내주고 있다. 그러나 수출 대금의 65%는 강제적으로 CBM 기준 환율로 매각해야 하므로 무역업자들은 수출 대금 강제 환전으로 인한 환차손, 수입 대금 확보를 위한 환손실 등 환율로 인한 이중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는 무역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상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한 Than Than Swe CBM 총재는 미얀마가 BRICS의 New Development Bank (NDB) 가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NDB는 BRICS Development Bank로 불렸으며, 2015년 브릭스 5개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공동으로 설립한 다자간 개발은행이다. NDB는 회원국에 대한 대출 및 지분 참여 등을 통해 공공 및 민간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회원국의 통화 안정을 위한 각종 보호조치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NDB는 국제기구 및 여타 금융기관들과도 협조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미얀마와 같이 외환 부족과 외환 유입이 어려운 국가들에는 국제 금융 거래를 위해 요긴한 은행이 될 수 있다. NDB 설립 이후 방글라데시, UAE, 이집트, 우루과이가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온두라스도 NDB 회원국이 되기 위해 협의 중이다.
BRICS 국가들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통화 출시를 검토 중이다. BRICS 국가들은 NBD에 새로운 통화 지침 제공을 요청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브릭스 외무장관 회의에서 대체 통화가 주요 논의 사항 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정은 NDB 회원국 가입을 외환 문제 해결 방안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언론 Global Times는 2023년 6월 2일 자 기사를 통해 방글라데시, 부탄, 인도, 이란, 몰디브, 미얀마,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9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한 Asian Clearing Union (ACU)은 SWIFT의 대안으로 2023년 6월 새로운 지역 간 금융 결제 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CU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새로운 다자간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며 Mohsen Karimi 이란 중앙은행 부총재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 SWIFT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란 언론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로서는 외환 부족과 달러 의존도를 줄여 나가기 위해 탈달러화를 추구하는 국제 금융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AC 대변인이 직접 언급했듯이 미국의 MFTB와 MICB에 대한 제재 조치 핵심은 외환 유입 차단과 외환 결제를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외환 부족과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러시아, 태국 및 인도와 금융 협력체계를 강화해 나가고자 하는 시점에 미얀마의 외환 거래 핵심인 MFTB와 MICB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는 군정의 외환 전략에 적신호를 울렸다. MFTB와 MICB는 달러 및 유로 베이스 거래를 전문으로 하며 국영기업 및 일반기업뿐만 JICA와 UN 산하기구들도 계좌를 개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자와 비정부 기구도 이 두 은행을 거쳐야 하므로 외환 유입의 가장 중요한 통로가 막힌 셈이다. 이에 따라 군정은 우회적으로 해외 민간은행 계좌를 통해 외환 거래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고 군부 관련 인사들의 자체 소유 은행이나 정실 기업들의 해외계좌를 이용한 우회 거래 확대를 도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제재는 반군정 세력과의 교전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기류는 물론 항공유를 비롯한 각종 군수 물품 구입이 이전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군정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며, 주요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외환 및 군수 물품을 우회적으로 확보해 나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인권단체들이 군정의 자금원 차단을 위해 미얀마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이번 국영은행 제재에 이어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제재 카드를 수면 위로 올릴 가능성도 있다.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겠지만 군정이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정권을 이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보인다. 버마식 사회주의를 외치며 반외세, 쇄국정책, 자주 경제정책을 강조하던 네윈 정부의 유산에서 시작하여 민주화 변곡점마다 쿠데타를 반복해 온 군부의 국수주의적 정체성이 유지되는 한 국제사회가 바라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모델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