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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우린 Feb 17. 2024

첫 직장을 1개월 만에 퇴사했습니다

부모님은 썩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들도 지쳤다는 듯이 퇴사하고 싶으면 하라고 대답했다.

어느 정도 부모님의 반응을 예상했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언제부터인가 나는 집에 오면 부모님의 귀에 딱지가 않을 정도로 회사에 가기 싫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딱히 내 퇴사에 부모님이 기쁘게 지지해 준 건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난 당장에 숨 쉴 수 있다는 생각에만 집중했다.


더 이상 이 회사에 발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 정신은 더 피폐해졌고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정신병자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정도였다. 일단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퇴사를 결정했다.


회사에 출근해서 나는 팀장님께 바로 드릴 말씀이 있다 하고 퇴사하겠다 말씀드렸다.

그리고 한 달을 채우고 회사를 퇴사했는데, 과장님이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그때 당시는 내가 회사에 도움을 준 것도 없고 너무 보잘것없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말인데 생각해 보니 그건 둘째치고 나를 조롱했던 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과장님은 내가 퇴사하는 날 그렇게 말했다.


“앞으로 oo 씨 학교에서는 직원을 뽑지 말아야겠어 아휴~ ”


킥킥대며 웃어넘기는 그 과장님의 말씀에는 아마 이면 너머에 너 같은 일 못하는 모질이 꼴통만 있을 것 같으니 그 학교에서는 지원자를 받지 말아야겠다.라는 뜻이 숨어있었으리라.


출근 마지막 날 나는 사무실에 미안한 마음에 간식거리를 사들고 가 선물로 드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행동과 말들을 생각하지 않고 정말 호구같이 행동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나에게 분통이 나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지난 일인걸.


난 회사를 그만두고 땀이 차거나 지나친 긴장상태,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두려움에 떠는 등 이상현상이 해소되었으나 부동산 전화나, 은행상담전화, 판매자소비자관계의 전화, 일과 관련된 전화 등등 모르는 사람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걸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런 전화가 오면 받을 수야 있지만 긴장감과 공포 때문에 대화중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길게 통화하지 못하게 됐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좀 더 빨리 그만뒀으면 그런 트라우마를 얻지 않았을 수 있을까?

그래도 그만한 선에서 회사를 나온 것에 정말 잘했다 생각한다.

 백수인 내 모습을 상상하며 걱정했던 내 예상과 달리 백수생활은 그렇게 불안정한 상태는 아니었고, 오히려 숨통이 트이고 꽤 안정적인 상태였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서 생활비를 부지런히 벌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생각했다.


 아마 나는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다시는 영업/서비스직종에는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에게 정말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주는 직장이라면 미련하게 버티지 않고 바로 나와 다른 길을 준비하리라 다짐했다. 그만큼 나는 아직 어렸고 한 곳에 머물러있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진로를 결정해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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