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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아 Dec 28. 2024

뜨끈뜨끈 지지러 갑시다

온천수에 목욕하고 요구룽 먹고

 24년이 마감 임박이다.

까만 밤하늘 갑자기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한 해가 슈웅 가버렸다. 너무 빨리 사라져 얼떨떨하다.

한 잔의 와인 대신 6알의 약과 미네랄워터를 들이키고나니 술을 마신 듯 구름 위에 앉은 듯 알딸딸하기도 하고.

술에 취하나 약에 취하나 취한 건 마찬가지지.


 슬초3기 '한 밤의 글쓰기 송년작문회'를 한다기에 작정 들어 왔다. 와인 한 잔과 더불어 1시간 동안 쓰고 12시에 발행해야 한다.


 학부모 독서모임 송년회를 끝내고 늦게 입장했는데 베개를 바꿔달라는 둥 찜질팩을 달라는 둥 중딩의 잇다른 요구 때문에 우왕좌왕 주제 바꿔 다시 쓰기까지 에잇.12시 발행은 글렀지만 함께 하는데 의의를 두자. 의식의 흐름대로 가보기로.






요즘 관절이 영 부실하다.

목디스크에 어깨 석회까지 몇 년을 고생하다가 걷고 수영하고 꽤 좋아졌었는데 지난 달부터

글 쓴답시고 걷기를 게을리하고 노트북 앞에 웅크리고 앉아  끄적거렸더니 왼팔에 사달이 났다. 시큰시큰 팔 저림에 손가락들은 하루종일 저릿저릿 쥐가 나고 왼손 약지는 접었다 피면 방아깨비 다리 꺾듯 덜컥거리며 아프다.


 단골 재활의학과에 갔다.

이번 병명은 목디스크에 방아쇠수지 증후군.

이름도 웃기는군. 방아쇠처럼 덜컥거린다고 지어진 이름이라나? 골프나 테니스 하십니까?아니오. 거운 거 많이 드십니까? 아니오.

집안일은요? 그다지요.


 의사쌤은 결국 앉아서 뭐 하지 말란다. 고 안 면 된다.  편히 가만 있으면 될 것을 왜 사서 고생하며 쓰려고 하는지 나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오늘은 관절에게 선물을 주고 왔다. 휴가낸 남편이랑 **유황온천사우나.

찬바람에 코 끝이 쨍하니 정신이 번쩍 드는 날엔 뜨끈뜨끈 불가마가 최고다.






이곳은 지하 1000미터에서 펑펑 분출하는

최고의 유황온천사우나입니다.


 서울 근교에 이런 유황온천사우나가 있다니.

근데 분위기는 옛날 동네 목욕탕이다.

25년이 되었다고 어느 할머니가 묻지도 않았는데 친절히 개인사까지 곁들여 들려주신다.

뜨끈뜨끈한 물 속에 앉아 있으니 몸이 사르르 녹는다. 신선이 따로 없네. 아이 어릴 때 함께 읽었던 <장수탕 선녀님>이 생각난다.





우리 동네에는

아주아주 오래된 목욕탕이 있다.


큰 길가에 새로 생긴 스파랜드에는

불가마도 있고, 얼음방도 있고,

게임방도 있다는데...


오늘도 장수탕이다.


그래도 한 가지!!

울지 않고 때를 밀면

엄마가 요구르트를 하나

사 주실거다.


그런데...어?

이상한 할머니가 나타났다.

날개옷을 잃어버려 여태 여기서 지내고 있지.



 장수탕 선녀님 이야기를 떠올리다 눈을 떴더니

내 앞에 할머니 셋이 앉아 계신다. 할머니들 혹시 날개옷 잃어버린 선녀님들이신가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시던 우리 세종대왕님도  

피부병 때문에 멀리 온천 행차를 자주 하셨다는데 역시 온천물이 좋긴 좋다. 물이 그냥 미끈미실크처럼 좍좍 감긴다.


 활활 타오르는 숯불도 쬐고 불가마에 들어가서

 서듯 땀도 뻘뻘 흘렸다. 세종대왕님은 불가마 체험은 해보셨을라나?






 "내 몸에 투자하는 것 중에 사우나가 최고여~"


또다른 선녀 할머니가 옆에서 말한다. 부실한 관절을 위해 올겨울 자주 행차해야쓰겄다.

달달한 요구룽도 하나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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