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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미 Apr 04. 2024

판교 테크노밸리

판교 테크노밸리,
이름부터 최첨단의 기술이 난무할 것 같지만 어딘지 허상을 쫓는 키치 한 이름의 도시
그곳으로 매일 출근한다.

목적성이 있는 도시답게
아침이면 곳곳에서 밀물처럼 사람들로 채워지고, 저녁이면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람들로 비워지는 가상의 섬 같은 도시

한 손에 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끊임없이 도착하는 만원 버스로 몸을 욱여넣는다.
버스기사는 거침없이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바쁜 현대인들을 빌딩 앞에 한 무더기씩 쏟아내기 바쁘다.

아침의 만원 버스를 떠올리니 멀미가 올라와 저녁 퇴근길엔 탄천을 끼고 판교역까지 걸어간다.
차가운 도시 판교엔 탄천이 흐른다.
천변을 걷다 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물 위로
어디선가 날아온 천둥오리와 왜가리가 한가로이 자맥질하며 떠다니는 모습을 마주한다.
난생처음 본 것인 양 자꾸 눈길이 간다.
마냥 자연스러운 오리들과 자연스럽지 못한 내 모습을 자꾸 견주게 된다.

알전구에 불을 켠 것처럼
판교엔 넘쳐나는 사람들로 환한 빛을 발한다.
불이 꺼진 몇 개의 전구도 있지만
수많은 빛에 묻혀 눈에 띄진 않는다.
금세 새 전구로 교체되기에 전구가 나갔는지도 눈치채기 어렵다.

스퀘어형 빌딩들은 부푼 풍선처럼 풍요롭지만 또한 텅 빈 깡통처럼 요란하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와 이렇게 살 수 있어서의
마음이 수시로 교차되는 곳으로 오늘도 출근한다.
내 전구의 불이 꺼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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