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테크노밸리, 이름부터 최첨단의 기술이 난무할 것 같지만 어딘지 허상을 쫓는 키치 한 이름의 도시 그곳으로 매일 출근한다.
목적성이 있는 도시답게 아침이면 곳곳에서 밀물처럼 사람들로 채워지고, 저녁이면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람들로 비워지는 가상의 섬 같은 도시
한 손에 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끊임없이 도착하는 만원 버스로 몸을 욱여넣는다. 버스기사는 거침없이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바쁜 현대인들을 빌딩 앞에 한 무더기씩 쏟아내기 바쁘다.
아침의 만원 버스를 떠올리니 멀미가 올라와 저녁 퇴근길엔 탄천을 끼고 판교역까지 걸어간다. 차가운 도시 판교엔 탄천이 흐른다. 천변을 걷다 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물 위로 어디선가 날아온 천둥오리와 왜가리가 한가로이 자맥질하며 떠다니는 모습을 마주한다. 난생처음 본 것인 양 자꾸 눈길이 간다. 마냥 자연스러운 오리들과 자연스럽지 못한 내 모습을 자꾸 견주게 된다.
알전구에 불을 켠 것처럼 판교엔 넘쳐나는 사람들로 환한 빛을 발한다. 불이 꺼진 몇 개의 전구도 있지만 수많은 빛에 묻혀 눈에 띄진 않는다. 금세 새 전구로 교체되기에 전구가 나갔는지도 눈치채기 어렵다.
스퀘어형 빌딩들은 부푼 풍선처럼 풍요롭지만 또한 텅 빈 깡통처럼 요란하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와 이렇게 살 수 있어서의 마음이 수시로 교차되는 곳으로 오늘도 출근한다. 내 전구의 불이 꺼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