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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Nov 04. 2024

포기한 꿈과 아직 남아있는 꿈

나답게 살기 위해서 포기한 것이 있나요?

어렸을 때 나는 해외 유학을 가는 것이 꿈이었다. 중학생 때, 미국 유학을 다녀온 또래 학생들이 쓴 책을 잔뜩 빌려 읽고, 밤새 네이버 블로그로 영국 유학 일기 포스팅을 읽었다. 날씨가 어땠고 홈커밍 파티를 갔다는 평범한 일상의 글마저도 읽을 때면 해외 생활에 대한 환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영미권 국가에 연고도 없고 부모님도 유학에 관해 잘 모르셨기에 유학은 당시 나의 상황과 거리가 멀었고, 내가 목표로 할 수 있는 것은 착실히 한국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에 입학해서 교환학생을 가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시간이 많이 흘러 어른이 되면 꼭 유학을 가고야 말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도 내게 대학생이 되면 배낭여행을 가보라고 말씀하시곤 했었다. 그렇게 난 나의 20대를 기다렸다.


막상 대학생이 되자 이런저런 이유로 유학을 갈 수 없게 되었다. 교환학생은 보통 2, 3학년 때 많이 가는데 그때 나는 간병을 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학교를 그만둬도 괜찮다고 생각할 만큼 간병에 진심이었기에 후회는 티끌만큼도 없다. 정말 나다운 생각이고 태도였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지금, 학교의 도움으로 해외에 가는 기회는 사라졌고 모아둔 돈도 다 써버려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인생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나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나의 때를 놓쳤다. 내 주체적인 선택으로 인한 결과니 포기했다는 말이 맞을 거다. 취직을 하고 어느 정도 돈을 모았을 때 해외여행을 갈 수는 있겠지만 내가 꿈꾸던 젊은 날의 학교 생활은 이제 경험할 수 없음을 안다. 같은 수업을 듣는 외국인 친구와 어울리는 것도,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도, 최애 로컬 음식점을 갖는 것도 모두 어릴 적 나의 꿈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쓰리지만 이미 지나버린 시간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직 오지 않은 앞을 바라보는 것이다. 릴스에 좋아요만 누르는 영국 작은 마을과 뉴욕에 가보고 싶다. 이건 아직 포기하지 않은 꿈이다. 이마저도 포기하면 미래의 내가 ‘젊은 민지야, 너 그동안 뭐 했냐?’ 한가득 원망할 것 같다. 지금의 나는 탑을 떠나면 안 된다고 배운 라푼젤 같지만, 언젠가 1인분의 삶을 책임질 수 있게 되었을 땐 더 자유로운 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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