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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15. 2023

비교하지 않는 연습

달리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달려간다. 남들의 빠른 속도에, 나는 좌절해야 할까? 달리기의 장점이자 단점은, 달리기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팀워크도 없지만 경쟁도 없다.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지나친 경쟁심과 승부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가 다른 사람을 마주쳤다고 해서 자만할 필요도 낙담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내 페이스가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다. 내 페이스로 뛴다. 심장소리에 발걸음을 맞춘다.


 왜 자꾸 의식하지 말자. 비교하지 말자. 주문처럼 되뇌는 걸까. 그야 당연히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건 본능이다. 달리기 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 누군가 나를 지나쳐가고, 나는 한참 뒤쳐지는 일들은 항상 일어나기 마련인데, 이것에 신경 쓰느라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 다짐다.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들, 모두 1등을 목표로 참여할까? 우리의 목표는 완주. 각자의 완주다. 내가 수많은 참가자 중에 839등으로 완주했다고 해서, 나보다 먼저 완주한 838명 에게 패배했다고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달리기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연습, 승패에 초연해지는 연습을 하기 좋다. 승리해도 패배해도 삶은 이어진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표현도 자제하려고 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라는 의미로 쓸 때가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어제의 나보다 꼭 나은 내가 되어야만 할까? 발전하지 않는 상태는 유죄인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 꺼려진다.

 또 내 몸을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오해를 하게 만든다. 몸은 고장 나면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들로 이루어진 게 아닌데, 평생 같이 갈 소중한 내 몸인데, 정신력을 강조하는 이런 말은 무리하게 하고, 부상을 부른다. 이 악물고 뛰지 말자. 극복하는 게 아니라 끌어안는 것. 그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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