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생각해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데도, 떠올릴 때마다 참 신기한 일이 있다. 한 세기 전의 인물이나,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 이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인생을 살았다는 사실이 바로 그 놀라움의 정체다.
조지는 1918년 생으로, 7년간의 전립선암 투병 끝에 1993년 11월 1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의사였지만, 동시에 러너였고, 작가였다. 그와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겹치지 않았지만, 조지는 <달리기와 존재하기>라는 책을 남겼고 그 책을 통해 나는 그의 달리기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마치 조지가 오르테가, 쇼펜하우어, 멜빌, 에밀리와 함께 할 수 있었듯이. 나는 종종 조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취미, 운동 이상이었다. 달리기를 통해 다이어트나 건강 같은 부가적인 효과를 추구하지 않았다. 수단이 아닌 목적이었다. 나는 그의 생각들을 수혈받았다. 달릴 때면 그 문장들이 몸의 움직임에 따라 흐르곤 한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붉은 핏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