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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27. 2023

실패한 인생 살아가기

독서 : <스토너>를 읽고

-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스토너>, 존 윌리엄스, 알에이치코리아, p.387


  꿈이 있는 사람들, 고난과 역경을 거쳐 마침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주인공들이 한편에 있다. 지금 바라보고자 하는 인물들은 정확히 그 반대다.


 최근 본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서칭 포 슈가맨>이라는 다큐멘터리와 <비비안 마이어>라는 책을 읽고 느껴지는 감상에는 <스토너>를 읽었을 때의 감상과 공통분모가 있다고 느꼈다. 각각 사진작가 지망생과 무명 가수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인생을 조명한다. 보통의 이야기 전개라면, 불우하고 방황하고, 인정받지 못한 기간의 경험을 앞에서 풀어내다가, 결국은 그 재능과 예술성을 대중이 알아보는 이야기일 것만 같다. 그러나, 해피엔딩은 없다. 이건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바라던 꿈을 이루지 못했고, 생계를 위한 일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사후에 유명해지고, 한번 큰 규모의 공연을 하게 됐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스토너>도 대단할 것 없는 대학교수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 읽다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고구마만 계속 맥이는데 끝내 사이다는 건네주지 않는다.


 모든 이가 자기가 바라던 무엇이 될 수는 없다. 각자의 삶에서는 주인공이지만, 사회 전체에서는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그저 그렇게 산다.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 그러니까 실패한 인생이라고 누군가는 부를 그들의 인생, 그리고 나의 인생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일까.


  사람들은 패자가 왜 멋있는지 잘 모른다. 패자는 승부했기에 패배했다. 어떻게 끝날지 알면서도 그 과정을 끌어안는다. 승리를 쟁취하지 못했지만, 마침내 패배했다. 실패한 삶일지라도 결국 살아냈다. 결국 비비안 마이어, 로드리게즈, 그리고 스토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연민, 동정, 좌절 같은 것이 아니다.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과 숭고함이다. 그 인생 전체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울림을 준다.

 

무미건조한 삶을 뭔가로 채워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열정, 꿈, 성공 같은 단어들. 삶에는 대단한 비밀이 존재하는 것 같다. 성공하면 지금과는 다른 뭔가가 있을 것만 같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삶은 이어진다. 그리고 끝이 난다.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을 응시한다. 무엇을 기대했는가.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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