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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Oct 15. 2023

무관심

6. 그거 어떻게 하는 건가요?!

근래에 읽게 된 글에서 이런 말이 있었다. 고1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인데 요즘 아들과 멀어지는 중이라고.. 애지중지 보살피고 키운 결말은 결국 아들과 거리를 두는 게 종착점이라니 너무 허무하다고 했다. 이 말이 내게도 깊게 와닿았다. 마치 나의 미래의 모습처럼 그려졌다.


그래! 결국은 나의 품을 벗어나서 언젠가는 떠나게 될 테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그 과정이 아름다우면 좋겠는데, 기쁘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흐뭇함이면 좋겠는데.. 지금은 그저 허무하고 후련할 거 같은 마음뿐이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니! 이젠 더 이상 신경 쓰고 살지 않아도 된다니! 해방감이 들 거 같다가도 너무 서운하고 서럽고 속상하다.


돌이켜보니 내게 육아효능감이라 것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육아 프로그램에 나오는 많은 연예인들이 말하는 아이를 낳은 후 세상이 너무 아름답다거나 아이가 자기 인생의 전부라는 말에 한 번도 공감된 적이 없었다. 그 느낌이 도대체 어떤 건지 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떤 때는 내가 내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건지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 스스로 의문이 들 정도였다. 지금까지도..


신은 정말 공평하신 걸까?!

나는 남편걱정도, 시댁걱정도, 친정걱정도 없다.

전혀 없진 않겠지만 모두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가장 큰 고통, 아들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날 힘들게 하는 자식이라는 무게. 누군가는 나보고 팔자 좋은 여자라고 했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남편의 연금이 있어 노후 걱정 없겠다며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 난 일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지만 육아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쩔 땐 매우 지루하기도 하다. 거의 매년 이사를 다니느라 직장을 새로 잡을 수도 없었고, 긴급상황에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었다. 항상 이사 전에 남편은 먼저 발령지에 가있었기 때문에 겨울철 이사는 홀로 오로지 내 몫이었고 이사 가기 전까지 한두 달은 남편 없는 타지에서 아이랑 추운 겨울을 보내야만 했었다.


가정주부라서 내 몫은 살림과 육아였다. 정말 잘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나의 상식과 예상을 벗어나는 일들을 마주하는 건 정말 힘들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다. 요즘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들을 놔둘 수밖에 없는 거다. 미디어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너를.. 폭탄 같은 아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잘못했다가 터져버리면 감당 또한 내 몫이기에 나는 또 닳고 닳아버린다. 나도 거리 두기를 해보려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무관심해보려 하는데 그건 더 쉽지 않더라.. 언제쯤 이런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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