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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 혼자 이혼한다 Oct 14. 2023

경찰이 집에 왔다

A 한테 가정폭력으로 신고당한 사건

"ㅇㅇㅇ씨 앞으로는 주의하세요. 요즘은 밖에서 돈만 잘 벌어온다고 좋은 남편소리를 못 듣습니다. 와이프랑 대화로 잘 풀어보세요."


경찰 아저씨가 말했다. 난생처음 경찰한테 경고를 받았다.


나 홀로 별거 4일 차, 결국은 집으로 돌아갔다. 결혼 9년 차 흔히디 흔하 직장인 남자가 밖에서 갈 곳은 많지 않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옷이며, 생활용품, 하다 못해 내가 쓰는 로션 하나까지 집에 다 있는데... 결국 전략적 후퇴를 선택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역시 늘 그렇듯 A와의 평화 기간은 그리 길지 못하다. 결국 A와 다시 크게 말다툼이 일어났고, 감정이 다시 격해졌다. 평소와 좀 다른 것이 있다면 하필 내 손에 컴퓨터 마우스를 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필...


홧김에 마우스를 벽에 집어던지고는, 다시 문을 박차고 나섰다.


"다시 밖에서 자야 할까?"


담배 한 대를 피면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집 앞으로 경찰차 한대가 왔다.


'이 밤에 웬 경찰차가... 설마...'


집으로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경찰 아저씨 3명이 집에 있었다.

3분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나와 맞서 싸우던 A는 경찰아저씨가 오자 갑자기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거실 소파에서 오열을 하고 있었다.


"ㅇㅇㅇ 씨, 요즘은 예전과 세상이 많이 달라서, 아무리 화가 나셔도 집 안에서 폭력을 행사하시면 안 됩니다. 화가 나신 건 이해하는데, 그래도 잘못해서 물건이 A한테 맞기라도 하면 입건되실 수도 있어요"


이번에는 자의가 아니라 반강제로 집에서 쫓겨났다. 물론 권고 사항이라는 경찰 아저씨 말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가정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당사자는 집에서 최소 하루는 분리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내일 출근하신 옷 챙기셔서 하루만 밖에서 주무시고 오세요. 내일 오시면 A 분과 대화로 잘 해결하시고요"


경찰 아저씨 친절하시다.


밤 11시 반. 막차 버스라도 끊길까 급히 움직였다. 생각나는 대로 회사 쪽으로 버스를 타고, 회사 근처에 있는 모텔로 향했다.


"여기 방 하나 주세요"


모텔 열쇠를 받고, 모텔 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몸을 던졌다. 가져온 옷들을 옷걸이에 걸다 보니, 아뿔싸! 정장 가져왔는데, 셔츠를 빠뜨렸다.


"내일 셔츠 없이 어떻게 출근하지?"


고작 셔츠 한 장에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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