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남자를 조심해야 한다고충고할 때 항상 따라오던 부정적인 말이었다. 늑대는 악당이었다. 동화에서 돼지 삼 형제에게 겁을주었고 빨간 망토를 쓴 어린아이를 괴롭혔다. 악당 역을 맡아서일까 동화 속 늑대의 눈은 매섭고 이빨이 날카로웠으며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악당늑대의오명을 벗긴 건 우연히 틀어져 있던다큐멘터리였다. 사실 악당이미지가 벗겨진 정도가 아니라 늑대에게 반해 버렸다. '남자는 다 늑대'라는 말은 틀렸다. '늑대같이 멋진 남자'가 옳은 말이었다.
다큐멘터리 속 늑대는 부부사이가 굉장히 좋았다. 사람 연애도 아닌데 자꾸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적의를 가진 동물에게는 사납게 이빨을 드러내다가도 자기 암컷에게는 한없이 다정했다. 수컷 늑대는 평생에 한 마리의 암컷만을 사랑한다.함께하던암컷이 죽는다면 대부분 독신으로 살다 죽거나간혹 재혼하더라도 전처의 자식들을 끝까지 사랑해 준다. 이런 모습은 동물의 세계에서 흔하지 않은 순정이었다. 나는 어느새 순정 만화 속의 남자 주인공을 보듯 설레었고, 달 아래서 하울링 하는 늑대의 모습조차 사연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