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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바라기 Nov 16. 2023

09. 서울과는 다른 제주의 휴식

다양한 환경의 경험



돈을 벌어야 하는 건 서울이나 제주나 똑같았다. 물론 제주의 일자리 환경이 더욱 열악하긴 했지만, 먹고살기 위해 내려놓고 일해야 하는 마음은 같았다.

다른 점은 고된 일 외의 시간을 자연과 함께 보낸다는 점이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보이는 바다와 한라산, 시야를 막는 건 구름뿐인 하늘, 사람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 이런 환경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차분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이런 차분함이 지루하기도 했지만, 자극적인 음식 맛을 잊는 시간 정도가 지나니 자연스러운 즐거움이 찾아왔다.




제주를 돌아다니다가 즉흥적으로 방문해 본 자동차박물관에는 사슴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사슴은 눈이 너무 예쁘고 머리를 쓰다듬어도 이해해 줄 정도로 상냥했다. 사슴이 내 품으로 다가올 때는 심장이 엄청나게 쿵쾅거렸고 좋은데 무서운 감정이 흔들리는 눈동자에 드러났다.

또 한 번은 어두운 밤에 콩알만 한 빛나는 무언가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기겁했었다. '으악. 저게 뭐야!' 앉아있던 의자를 박차고 달아나다가 돌아보니 그 무언가는 허무할 정도로 느리게 날고 있었다. 도망갈 이유가 사라지자, 용기를 내어 다가가 보았다. '우와. 반딧불이다.' 자연에서 처음 본 반딧불이는 정말 몸에서 빛이 났고 느리며 흐물거렸다.




서울에서 있었다면 이런 경험들이 내 마음에서 금세 뒤로 밀려났을 것이다. 매일이 자극적이고 화려한 경험이 많았으니 말이다. 반면 제주에서는 큰 사건이 거의 없어서 어쩌다 생기는 작은 경험도 천천히 생각하고 오래 느낄 수가 있었다. 어떤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삶의 환경이 달라지니 좀 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고 또 다른 내 모습을 알아가는데 좋은 시간이 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

빠르고 다양함이 많은 서울은 나의 열정을 쏟아낼 수 있어 즐거웠고, 느리지만 자연이 있는 제주는 내가 자연스러울 수 있어서 즐겁다.



서울과 제주.

이 두 곳의 다른 환경을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장소보다는

어디에 있든 즐겁게 받아들이는 마음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 준 사슴과 반딧불이   <자연바라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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