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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29. 2024

새벽

12시경 잠자리에 누웠다.

혼자 자는 건 이 나이 되도록 익숙해지지 않아

사람보다 덜 무섭다는 어둠이 주는 공포 때문에 미등을 켜두고  잠이 든 차였다.


세찬 빗소리.

창을 때리는, 세찬 비바람 소리에 잠이 깨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베트남의 빗소리는 

한국과 달리 베란다에 창이 없어서

미처 걷지 않아 방치된  빨래가 젖지 않도록

방 안으로 들이치는 비를 막기 위해서

잠자던 내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널어둔 빨래는 없었다.

뒤척이다 

더 거세지는 빗소리에 

밖으로 나가 창을 닫았다.

3시.


내가 3시간을 잤나?


한참이나 걸린 듯 하지만 

내 잠의 깊이는 갱년기에 접어들자

자주 새벽잠을 설치게 하던 터였다.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쉽사리 잠들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바깥의 소음.

불현듯 

주변의 온갖 소리들이 내 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바스락 거리는 이불소리마저 큰 소리로 다가오는 새벽의 한가운데서


나는 중간고사로 밤샘을 하던 나의 방으로 향해갔다.

학교에서 돌아와 10시쯤 다시 깨워줄 것을 엄마에게 당부하고 

잠에 빠진 난, 10시에 엄마의 방문 두드리는 소리에도 미동이 없다.

다들 잠든 시간.

1시간여를 뭉기적거리다 관성을 거슬러 일어나 앉았다.


선잠에서 깨어 찌뿌드 한 상태로 화장실에 들어가 세찬 물줄기 세수를 한다.

잠이 깼나 싶다가도

책상에 앉아 멍 때리기 일쑤다.

그 와중에도  불안한 마음은 극으로 치달리던 기분.


뿌옇게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그렇게 나는 학창 시절, 시험공부란 것을 했었다.


고요한 시간

차량의 클락숀 소리도, 아침을 내달리던 어느 신문배달부의 잰걸음도 느껴지지 않는 적막한 그때


홀로 깨어있던 내게 들리던


산사의 종소리.

그 소리가 듣기에 참 좋았다.


어스름 여명과 더불어 들리던 은은한  종소리,

아침을 알리는 산사의 수련승이 울려댔을 종소리가 

잠을 청해보려 애쓰는 내 머리를 맴돌고 있었다.



연이어 귓가를 스치는 소리들에 둘러싸였다.

닫아둔 방문 밖에서 들리는 조그마한  삐걱임

잦아들지 않고 계속 퍼부어대는 빗소리

화장실 밖으로 난  작은 창문을 때리며 흘러내리는 빗소리

에어컨 날개가 만들어낸, 방안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

하수구로 물이 쏠려 내려가는 소리들


잠을 청하는 동안 방 안에서 내 귓가에 들리는 무수한 소리들은 

혹은 사실보다 더 큰 소리로 

혹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도 던져주고 있다.


그러고도 한동안 

불면의 시간을 이기려  소리와 대치하고 있었다.


어느새 잠이 들었을까.

새벽비도 잦아들어 조용해진 바깥에 안개같이 뿌연 새벽빛이 커튼 틈새로 배어들고 있었다.

아침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뒤척이던 내가 잠이 들었었음을 알려준다.


혼자서 잠을 청했던 어느 하루

잠을 깨운 새벽의 빗소리가 주는 

고요한 소음과 함께

나는 몇십 년 전으로부터의 소리를 함께 들었다.



젊은 엄마가 나를 잠 깨우던 목소리가, 

새벽의 서늘한 공기에 묻어오던 청명한 산사의 범종소리가

시간을 거슬러 건너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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