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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sol Jun 02. 2024

이것은 ‘6’ 차 산업인가, ‘0’ 차 산업인가?

검은 장화를 신은 여자 인디아나 존스의 밥상


 음식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서 식당을 시작했다는 한정식 식당 ‘A’ 사장은 직접 버섯을 재배하는 ‘6차 산업’의 실행자이기도 하다. 지자체의 지원 없이 재배방법을 공부하여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그녀의 비닐하우스는 보물창고이다. 이곳에서 수확한 표고버섯은 그녀의 음식의 기본 식재료가 된다. 버섯이 들어간 강된장, 버섯 전, 예쁜 꽃 모양이 새겨진 표고 전, 버섯볶음, 버섯 찜, 버섯전골, 버섯 탕수 등등.


 버섯 향이 입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버섯이 들어간 버섯죽과 참기름을 찍어 먹는 싱싱한 버섯 슬라이스는 애피타이저로 손님들의 군침을 자아내 배고픈 그들의 식욕을 돋운다.

직접 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그녀의 제1의 보물창고

 또 하나의 보물 상자인 그녀의 텃밭은 다양한 채소로 가득하다. 배추와 양배추, 양상추, 고추, 오이, 호박, 상추, 치커리 등 음식 소재가 되는 채소류는 거의 직접 재배한다. 산이나 들에서 채취한 쑥과 나물, 수확한 채소류들은 2차 가공하기 쉽도록 삶거나 말려서 냉장창고와 냉동창고에 저장하여 다음 해가 될 때까지 음식의 재료로 사용한다.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그녀의 제2의 보물창고 텃밭


 그녀가 직접 버섯과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이유는 나날이 값이 상승하는 채소류를 비롯한 식자재의 코스트를 줄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손님들에게 제공한다는 그녀의 철칙이 있음이리라.


 주방장 겸 사장은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검은 장화를 신고 산과 들을 헤집고 다니며 땅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채취하러 분주하게 움직인다. 봄에는 눈개승마, 두릅, 쑥, 잔대 등 봄이 되면 지난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땅속을 비집고 솟아나는 귀한 나물을 뜯으러 다닌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제철에 나는 나물과 열매, 그녀는 그런 식물들을 나물이 아니라 보물이라고 여기는 듯 나물에 대한 설명할 때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눈개승마’라는 식물은 ‘삼 나물’이라고도 불리며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나물로서 비타민과 칼슘, 철분이 풍부하여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얼핏 두릅과 비슷하여 나물에 대한 식견이 없는 사람은 구별하기 어렵다. 쑥은 다음 해의 봄이 올 때까지 떡을 만드는 속 재료로 사용해야 하므로 대량으로 채취한다. 삼 나물, 잔대 나물 등은 여성에게 좋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며 산에서 모종을 캐서 자신의 밭에 옮겨 심어 재배한다. 채소류의 종류는 물론 재배방법과 보관방법, 영양학적 지식은 전문학자를 버금 할 정도이다.


텃밭에 심어 재배하고 있는 눈개승마


 그녀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식당을 경영하면서 틈만 나면 산으로 들로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자신의 몸집보다 더 큰 광주리에 가득 나물을 캐온다. 광주리에 나물도 한가득,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한가득한 그 만족 가득한 모습은 마치 산속에서 보물 상자를 발견해 송두리째 짊어지고 온 여자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이다. 때로는 무모하게 산속을 뒤지고 다니며, 때로는 지난해의 탐험 당시에 ‘매의 눈’으로 눈여겨봐 뒀던 장소를 정확하게 기억해 내 드디어 야생 나물의 모종을 캐내오는 성과는 세계의 역사적 보물을 찾아다니는 인디아나 존스의 거침없는 탐험정신 바로 그것이다.


 산에서 캐낸 ‘보물 나물’이기에 흙이 많이 묻어있다며 산 같이 가득 캐온 나물 광주리를 내려놓고는 잠시 앉아서 쉴 새도 없이 나물을 물에 몇 번이나 반복해서 씻는다. 큰 가마에 물을 끓여 눈 깜짝할 사이에 나물을 데치고 갖은양념을 해서 손님 상에 오를 반찬으로 뚝딱 만들어 버린다. 순식간에 나물 반찬 몇 가지가 초 단위로 완성된다.


 얼핏 영국의 유명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를 연상하게 한다. 제이미 올리버는 까탈스럽게 어려운 요리법으로 음식을 만드는 유명 셰프와는 달리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손으로 대충 썰어서 쓱쓱 버무려 내지만 멋지고 맛진 음식을 만들어 내는 친근한 요리사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식당 운영방법은 그녀 스스로 재배한 채소류를 가공, 조리하여 식당을 방문하는 식도락가들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서비스한다는 ‘6차 산업’에 해당된다고 자신의 경영방식을 설명한다. 필자도 그녀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녀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경영방식에는 또 한 가지 사회적 이슈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신토불이’와 비슷한 일본 지자체에서 장려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실행이다.


 이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에서 생산된 생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여 농장과 식탁의 거리를 줄여 소비자에게 산물의 신선함을 제공하자는 사회적 움직임이다. 또한 유통과정에 의한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경제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지역 산업으로서 지속 가능경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녀의 6차 산업과 필자가 일본에서 지역 산업의 활성화 전략을 연구하면서 가장 많이 접한 6차 산업화의 정의와는 다른 점이 있다.


 동경대학교 명예교수인 농업경제학자 이마무라 나라오미(今村奈良臣)가 주창한 '6차 산업화'는 1차 산업인 농림 수산업, 2차 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인 유통·서비스업을 융·복합한 산업으로 우리나라에도 같은 맥락으로 도입되어 지방공공단체에서 1차 산업을 기반으로 한 지방 소도시의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마무라 교수가 제창한 6차 산업화의 정의는 '1차 산업+2차 산업+3차 산업=6차 산업'이라는 개념에서 발전하여 그 어떤 산업도 '0'이 되면 안 된다는 주장이 가해지면서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6차 산업'이라고 곱하기를 강조했다.


 단순하게 지역 자원을 생산하는 1차 산업의 생산물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발전시킨다는 관점에서 1차 산업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1].


 그런데 한정식 식당 ‘A’ 사장은 직접 재배한 채소류만이 아니라 산이나 들, 즉 자신의 힘으로 재배하지 않은 하늘의 태양과 땅의 힘으로 생성된 야생 채소류를 채취하여 식재료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6차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농사를 짓지 않았으니 1차 산업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검은 장화를 신고 험한 나무와 풀을 헤치며 산으로 들로 나가 돈을 들이지 않고 손님들 식탁에 오르는 나물류가 되는 식물들을 채취했으니 「‘0(공)’차 산업(공짜 산업?)」이라고 할까. 아니면 「‘0(영)’차 산업」이라고 할까.


 이마무라 나라오미(今村奈良臣) 교수의 6차 산업의 계산법으로 한다면 그녀의 6차 산업은 공짜로 얻은 ‘0차 산업’이 들어있으니 곱하기를 하면 전부 ‘0’이 된다. 따가운 봄볕에 그을리며 땀 흘리면서 산과 들에서 채취한 그녀의 ‘수고’가 허무하게 ‘제로’가 되면 안 되겠다. 그러면 다시 더하기 계산법으로  정의하면 되겠다.


 Simple is Best!


 그렇다면 산과 들에서 나오는 보물 같은 나물 채취는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에서 생성되는 산물을 식도락인을 위해 요령 있게 사용할 줄 아는 검은 장화를 신은 여자 인디아나 존스에게 하사하는  「하늘과 땅의 보너스」’와 같은 「덤 산업」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그녀의 사업이 ‘0’이 되면 안 되니까.






[1] 참조 : 필자의 브런치스토리 내용 중 https://brunch.co.kr/@mariso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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