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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sol Sep 09. 2024

메뚜기도 한 철, 메밀국수도 한 철?

폭염을 기다리는 사람들


 최근 알게 된 어느 메밀국수 식당 경영주는 사람들이 찌는 듯한 더위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를 정도의 폭염이 계속되면 오히려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하물며, 햇빛 찬란하고 엽기적인 더위가 계속되기를 기도한다. 구름이 해를 가려 흐려지면 그들의 얼굴에도 구름이 낀다.


 더워도 날이 흐리면 메밀국수를 먹으러 오는 손님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래서 메밀국수는 해가 짱짱한 여름 한철에 장사해서 1년을 먹고산다고. 


 한여름 장마철에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면 식당 경영주와 그의 가족들은 매출 부진을 걱정한다. 연예인 가족들이 운영하는 이 식당은 코로나와의 전쟁 중에도 끄떡없이 성장해 왔고 개점 후 10년 동안 가족 모두의 열정과 정성으로 연간 수십억 매출을 달성한 메밀국수의 지존으로 자리매김해왔다고 한다.


 연간 매출 수십억!


 그런데도 매출 저하를 이유로 이 여름이 끝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하루빨리 폭염이 시들해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네들과 바램이 다르다. 


 새삼 의문이 든다. 메밀국수는 여름철에만 먹는 음식인가?


 그래서...


⊙ 메밀 탐구


 메밀은 중국 서남부와 동아시아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기원전 8세기께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한다. 추운 곳이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예부터 구황 작물로 활용했다는 역사적 기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 선생이 우리의 전통문화와 생활지식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를 비롯하여 식료본초(食療本草)[1], 목초강목(本草綱目)[2] 등에도 메밀의 특성과 음식으로 사용할 경우의 영양학적 관점이 설명되어 있다.


 메밀에는 풍부한 비타민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비타민 B 군이 풍부하고, 심장병을 예방한다고 하는 비타민 B1, 고혈압이나 동맥 경화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비타민 B2는 쌀이나 밀의 몇 배의 양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섭취량이 부족하면 신장이 늘지 않거나 미각장애를 일으키는 「아연」을 비롯해 혈압을 낮추는 기능이 있는 「칼륨」, 「마그네슘」도 쌀이나 밀에 비해 많이 포함되어 있다 [3].


 메밀에 들어있는 「코린」 성분은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며 특히 메밀에 함유된 「루틴(Rutin)」성분은 플라보노이드 배당체로 항산화 작용을 하게 하여 출혈성 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치매 등의 질환을 예방하거나 개선할 수 있으며 모세혈관 강화 효과도 있어서 한때는 「비타민 P」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게다가 비타민 C의 흡수 촉진에 의한 기미·주름·처짐의 예방까지??? 


 진짜!


 예부터 머리에 열이 몰린 경우 메밀베개를 베고 자면 머리가 맑아지고 어지러움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어 베갯속에 메밀을 넣었다. 또한 메밀은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한다. 음식을 먹고 나서 속이 울렁거릴 때 속을 개운하게 한다. 설사, 딸꾹질, 장이 자주 뭉칠 때 효과가 있다고 한다 [4].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메밀베개를 베고 잤던 기억이 있다. 한숨 자고 나면 열도 내리고 감기 증상이 사라지곤 했었다.


 이런 착하고 훌륭한 곡식이 배고픈 서민들에게 반가운 구황작물이나 여름 한 철에만 통용되는 음식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메밀은 몸을 차갑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 주로 여름철에 많이 먹는다. 그런 이유로 체질적으로 몸이 찬 사람에게는 아무리 영양가가 풍부하다고 해도 회피하는 음식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4계절에 의해 뚜렷한 기후의 변화에 의해 생산되는 수많은 농작물이 있다. 봄에는 쑥, 두릅, 눈개승마 등 각종 나물류의 채소와 가을에 수확되는 고구마, 옥수수, 버섯. 게다가 계절마다 신선한 맛과 영양을 누릴 수 있는 고등어, 전어, 게, 새우 등의 생선들. 사과, 배, 감, 포도 등 과일류. 우리나라는 먹거리 보물 천국이다.


 몸을 차갑게 하는 성분을 보강하기 위하여 다른 식재료를 첨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메밀음식으로 유명한 일본의 소바 요리에는 전국 지역에 따라 지역 산물을 메밀국수에 올려서 차별화된 향토요리(ご当地そば:고토치 소바)를 홍보하고 있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우엉과 감자, 고구마, 가지, 버섯, 꽈리고추 등 채소를 먹기 좋게 칼질하여 튀김가루를 묻혀 튀겨서 메밀국수에 올려서 먹는 튀김 소바는 어느 지역에서도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소바이다. 지역에 따라서 굴, 오징어, 심지어는 식초와 간장으로 숙성시킨 청어를 토핑 하는 향토요리도 있다. 기호도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 일본 소바 탐구[5]


◎  아오모리현 쓰가루(青森県津軽) 지방의 소바 


쓰가루 지방에서는 유명한 향토 요리 중 하나로, 에도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주식에 많았던 메밀의 단백질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콩을 으깬 국물을 섞어 소바를 만들었다고 한다.


 ◎ 야마가타현 가호쿠초(山形県河北町) 지방의 소바


호쿠초의 향토 요리로 닭고기와 소바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 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차가운 국물 소바이다. 이 요리 역시 닭고기의 단백질 성분을 고려한 음식이다.


 ◎ 후쿠이현 에치젠(福井県越前) 지방의 소바


'에치젠 오로시 소바'는 얼큰한 무, 파, 가쓰오부시(다랑어포)가 푸짐하게 올라 있어 메밀에 부족한 단백질과 칼슘을 보강하기 위해 다랑어포를 국수 위에 올린다.


  ◎ 교토 미가키니신 소바(京都府身欠きにしんそば)


교토의 향토 소바로서 청어로 국물을 내고 숙성한 청어를 메밀국수에 올린다. 양질의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과 미네랄의 균형이 잡힌 식재료로 건강한 요리가 된다.

 

 미가키니신 소바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 1861年에 시바이차야(芝居茶屋 : 가부키와 같은 연극 공연을 하는 찻집)를 창업한 마츠노요산키치(松野与三吉)가 교토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단백질원이 되는 청어를 소바 요리에 접목한 것으로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한 요리라고 전해진다. 


 이상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일본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척박한 땅에서도 잘 견디는 구황작물 메밀을 서민음식, 국민음식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메밀로는 부족한 단백질과 지방, 칼슘 등 식생활에 있어서 영양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전국 각 지역마다 많은 사람들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그들의 향토소바를 고안해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밀에 진심인 일본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경기도의 한 메밀국수 식당은 겨울철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매생이 국밥’을 계절 요리로 내놓는다고 한다. 메밀국수와는 관계없는 메뉴이다. 계절과 관계없는 인기 메뉴로 ‘돈가스’와 ‘떡갈비’도 매출에 일조한다고 한다. 정성과 수고를 들여 만든 ‘돼지고기 수육’도 여름철 특별 메뉴로 매출 상승의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흡족해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계속 메밀국수 식당으로 존재하여 매출 상승과 더불어 지속 가능경영을 꾀한다면 메밀에 진심인 열정으로 어디에 가나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 아니라 메밀의메밀에 의한메밀을 위한 메밀음식 전문점으로서 지존의 자리를 지키며, 메밀국수 식당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계절 요리를 개발하여 독특한 차별화 마케팅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메밀국수 식당들 중에서 꿋꿋하게 더욱 번성하기를 기대한다.



 메뚜기는  이지만, 이 메밀국수 식당은 여름 한철만을 기다리는 메뚜기 식당이 되지 않기를.




[1] 참조:한국전통지식포털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33348&cid=50365&categoryId=50365

[2] 참조: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B%B3%B8%EC%B4%88%EA%B0%95%EB%AA%A9

[3] 참조 : 日穀製粉株式会社 홈페이지 https://www.nikkoku.co.jp/entertainment/dattansoba/nutrition.php

[4] 참조 : 헬스조선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10/2012021002282.html

[5] 참조 : じゃらんニュース日本全国のご当地そば20選 https://www.jalan.net/news/article/463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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