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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sol Sep 22. 2024

일본 사람들의 미스터리 기념일

7, 5, 3 소수를 사용한 아이들의 날


 20대 후반, 일본 유학생활을 마치고 꿈에도 그리던 디자인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다. 도쿄(東京)의 중심지 오모테산도(表参道)에 위치한 ‘쿄야(京屋)’라고 하는 상업시설 공간디자인 회사였다. 내가 담당했던 업무는 ‘디스플레이 디자인’으로 유학 오기 전 한국에서도 백화점 디스플레이를 했던 경력이 취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동료 디자이너들이 대부분 비슷한 나이여서 별다른 위화감 없이 근무를 할 수 있었다. 상사들과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어느덧 혼자서 거래처를 상대하며 내가 디자인한 플랜으로 설치작업까지 할 수 있게 되자, ‘정식으로’ 지방에 있는 한 백화점의 쇼윈도 장치 장식을 담당하게 되었다.


 ‘정식으로’라는 의미는 1년 동안 정기적으로 플랜을 제안하여 실무에 관한 모든 내용을 거래처의 총괄이사의 결재를 받기까지 직접 조율해야 하고, 플랜이 마음에 든다고 ‘오케이 사인’을 받으면 쇼윈도 안에 설치되는 모든 제작물의 발주를 포함하여 마지막 설치작업까지 책임지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처 최종 결재까지 언어소통의 문제도 없었고 플랜을 디자인하는 과정과 협의 등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서 상사들에게 야단을 맞는 일 없이 정말 행복한 직장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연말이 되면, 보통 각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거래처 즉, 내 경우에는 백화점이 해당되는데, 다가오는 새해의 1년 동안의 시즌 디스플레이와 이벤트 프로모션 디스플레이를 새로운 해가 시작하기 전에 타임 스케줄로 기획해서 사전 제출을 하고 재가를 받아야 했다.


 신년의 ‘해피 뉴이어’를 시작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크리스마스 등의 시즌 디스플레이,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 신학기 입학 시즌, 졸업 시즌 등등 일본 사람들의 생활에 밀착한 쇼핑을 제안하거나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는 이유와 의미를 녹여내어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디자인 작업으로 한국에 담당했던 업무와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모르는 기념일이 있었다.


「七五三」 7, 5, 3???


 뭐지?

 뭘 알아야 플랜을 디자인하고 협의를 할 수 있을 텐데 무슨 날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할 수없이 옆자리의 제일 친한 동료 시다리치(志田吏千)에게 도움을 청했다.


 “후훗, 말 그대로 7(시찌), 5(고), 3(산)이야!”


 “매해, 11월 15일이 「七五三」이라는 특별한 기념일인데, 3살이 된 아들과 딸, 5살이 된 아들 그리고 7살이 된 딸을 키우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예쁜 기모노를 입히고 신사(神社)에 가서 자식들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날이지.”


 “아~~, 일본에는 그런 날도 있구나! 쇼윈도 플랜을 기획할 때에는 신사(神社)의 건축적 요소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기모노 차림, 뭐 그런 분위기로 하면 되겠네. 고마워~!!!”


 나의 절친 시다리치가 얼굴을 내 쪽으로 반쯤 돌리며 동그란 눈 한쪽을 찡끗하며 검지 손가락을 들어 한 마디를 더 강조했다.


 “치토시 아메(千歳飴)를 기획안(案)에 그려 넣는 것을 절대 잊지 마!”


 「치토시 아메(千歳飴)???


  사탕인가???


 「七五三」의 기원은 에도시대(江戸時代)로 거슬러 올라간다. 5대 장군인 도쿠가와 쯔나요시(徳川綱吉)가 자신의 아들의 건강을 성대하게 기원한 것이 서민들에게 퍼지면서 어느 시기에 이르러 「七五三」이라고 불러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옛날에는 태어난 아이들이 병들어도 쉽게 고칠 수 없어서 성장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알고 있다. 일본에서도 태어난 지 3년도 안되어 죽는 아이들이 많아서 3, 4년이 지나서 호적에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1].


 그래서 3세가 된 아이들과 5세가 된 아들, 7세가 된 딸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기원하면서 그 당시에는 귀한 사탕을 선물하며 축하하는 의미의 치토시 아메(千歳飴)를 선물하고 기념한다.


 「치토시 아메(千歳飴)는 단어 그 자체로도 알 수 있듯이 천 살이 되도록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으며, 사탕은 우리나라의 가락엿과 같이 직경 15mm 정도의 1m 이하의 긴 형태의 모양을 하고 있다. 길게 오래 살라는.


막대같이 긴 형태의 사탕 「치토시 아메(千歳飴)」



 사탕을 담은 봉지에는 역시 장수를 의미하는 학과 거북이, 사계절 꿋꿋하게 피어나는 매화, 소나무, 대나무의 그림을 그려 넣은 직사각형의 긴 형태가 일반적이다 [2].


학, 거북이, 매화, 소나무, 대나무를 그려 넣은 「치토시 아메(千歳飴)」 포장지



 일본 사람들이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풍습은 「시찌고산(七五三)」 말고도 또 있다.


 매해 3월 3일은 여자아이의 날 (おんなのこのひ) 「ひなまつり(히나마츠리)」라는 축제를 여는 날이다.


 헤이안시대(平安時代)가 기원이라고 하는 이날은 원래에는 음력 3월 3일로 「桃の節句(복숭아의 절구)」라고도 하는데 복숭아꽃이 한창일 때, 딸아이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인형을 만들어서 아이에게 닥칠 수 있는 병과 재앙을 인형에 실어서 강으로 흘려보내는 의식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3].



딸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액막이 인형을 강으로 흘려보내는 의식


 헤이안시대 귀족 자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인형놀이가 발전하여 여자아이(ひな:귀족의 딸을 히나라고 함)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히나 인형(ひな人形)을 만들어 제단에 올려 장식하고 복숭아 모양을 한 사탕이나 과자, 꽃 등을 장식한 히나 단(ひな壇)은 일본의 고유한 전통 공예품으로도 발전했다.


히나 인형을 장식한 히나 단


 당연히 아들을 위한 날도 있다. 5월 5일.


 우리나라는 딸과 아들을 구별하지 않고 5월 5일을 어린이날이라고 기념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여자아이의 날과 별도로 남자아이의 날로 기념한다.


 에도시대(江戸時代)부터 음력 단오에 해당하는 5월 5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무가(武家)에서는 자신의 뒤를 이어 무사가 될 아들의 탄생은 최대의 경사라고 여겨 축하를 하는데 아들의 건강과 성장을 기원하면서 단오 절구(端午節句)에 갑옷을 입은 무사의 인형에 투구와 깃발을 장식한 오월인형(五月人形)을 집안에 장식했다고 한다.


갑옷과 투구를 장착한 무사 인형과 잉어 깃발


 또 다른 장식물로 고대 중국의 고서 「등용문(登龍門)」의 내용 중, 황하강 상류에서 살던 잉어가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했다는 기록을 빌어 입신출세(立身出世)를 기원하는 의미로 아들의 성장과 건강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생명력과 한 힘을 의미하는 잉어 깃발(鯉のぼり)을 장식하기도 한다.


집 베란다에 장식한 잉어 깃발


 5월이 되면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집집마다 베란다에 잉어 깃발을 장식한 풍경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식의 탄생을 기뻐하며 무탈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시찌고산(七五三)」과 딸아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3월 3일 여자아이의 날「ひなまつり(히나마츠리)」, 아들의 건강과 입신출세를 바라는 5월 5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기 위한 상징물로써 사탕과 인형, 깃발 등을 이용하여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위가 일본의 전통과 고유한 풍습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시찌고산(七五三), 3 3일」, 5 5일」

모두 홀수이며 소수(素數)이다.


1 자신의 수로만 나눌  있는 소수.

3, 5, 7…


 자식을 낳은 부모 자신의 몸이 ‘1’이고 자식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바로  자신이라는 숫자를 의미하는 것인가?


 쓸데없지만, 소수(素數) 미스터리한 마력부모의 마음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1] 참조 : 신사본청(神社本庁) 홈페이지 https://www.jinjahoncho.or.jp/omairi/shichigosan/

[2] 참조 : 스튜디오 앨리스 홈페이지 https://www.studio-alice.co.jp/shortcut/753_s/column/detail26.html 

[3] 참조 https://matcha-jp.com/jp/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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