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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Jun 19. 2024

번아웃


어느 날 번아웃이 찾아와 물었다

너는 지금 잘 살고 있느냐고

행복하냐고

단 한순간의 자투리 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사는 이유가 뭐냐고

그래서 네가 얻은 것은 무엇이냐고

자신에 대한 채찍질은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고     


그냥 좀 널브러져 있는 것도 좋고

밤새워 영화도 보고

늦잠도 자고

가끔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거나하게 취하기도 하고

집이 지저분해도 치우지 말고

먼지가 쌓여가는 것도 보고

그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느냐고     


그런데 무섭다

번아웃이 떠나지 않고 눌러살까 봐 무섭고

고여서 썩어가는 물이 될까 봐

너무 무서워

나는 다시 짐을 싸서 길을 떠나기로 했다

언제나 맑게 졸졸 흐르는 물이 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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