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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Jul 21. 2024

뭔 개소리

  비가 축적추적 내리는 날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끝나고 나오는데 모임의 일원인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게 되었다. 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 갇히게 되면 항상 서먹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통의 의무 때문이다. 말이 없는 필자는 상대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그 부분이 가장 난감하다. 상대가 묻는 말에는 성실히 답은 하지만 농담을 잘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먹한 분위를 깨고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이 차도 남편한테 받은 거지?”

  “아뇨, 이 차는 제가 제 돈으로 뽑았는데요. 처음부터 제 것이었습니다.”

  “집이랑 차랑 받은 게 아니야?”

  “뭔 말씀인지……? 저는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했기에 집이고 차고 모두 제 돈으로 샀는데요. 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 받은 게 없어? 뭐 먹고사나 걱정도 되고 궁금했는데 좋아 보이네.”


  이런, 쓰벌. 순간 이성과 교양은 시궁창에 처참히 처박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얼굴이 죽상이면 안 됐다고 지랄, 얼굴이 괜찮으면 좋아졌다고 지랄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신은 매 순간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일까?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은데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댄다고 했던가. 간신히 눌러놓은 남의 아픔을 가십거리처럼 가볍게 들추는 이유가 뭘까?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작가로 우아하게 살고 싶은데 이럴 땐 입에서 쌍욕이 나오려고 한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기분이 어찌나 더러운지 화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거짓말도 못하고, 포커페이스가 안 돼 불쾌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뭘 먹고살든 뭔 상관인지. 남편에게 받은 게 없다고 하니 빈정대는 말투는 무슨 의미일까? 뭘 꼭 받아야 하는 것인지. 불쾌하다 못해 화가 나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차라리 이건 어떠한가. 솔직하게 힘들다 죽겠다고 징징대며 찌그러져 있었으면 보기 좋겠는데 씩씩하게 보여서 배 아프고 재수 없다고 하면 좀 인간적이지 않을까?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거늘 남의 아픔을 위로라는 말로 포장해 본인의 우월감을 과시하는 게 아닌가. 누구에게 감히 그런 시답잖은 위로를 들이대는지 어이가 없었다.


  진정한 위로란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자신이 좀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위로라는 것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앞일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위로를 해주고 싶다면 함께 아파하며 울어주고 말없이 그냥 옆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이다. 상대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언젠가 몇 년 만에 전화가 온 친구도 그랬다.


  “너 아직도 그 아파트에 사니?”

  “응, 살지. 왜?”

  “너 용타. 뭐 먹고살아? 아직도 그 큰 집에서 혼자 살게. 걱정돼서 묻는 거야?”


  뭔 개소리? 그때도 쌍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꾹 눌러 참았다.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남이 어떻게 살든 무슨 상관인지. 혼자는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는 것이지. 그 말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심히 불쾌했다.


  니체에 의하면 남을 동정하거나 위로를 해주는 사람들의 심리는 상대가 행복해지는 것을 싫어하고, 위로를 해주고 싶은데 상대가 위로를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화를 낸다고 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할 일이 없어지고, 우월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일로 어찌나 불쾌하던지 며칠 속이 좀 시끄러웠다. 평정을 찾으려고 해도 잘 안 됐다. 필자가 왜 저런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그게 화가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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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홀로서기 연재를 하면서 필자가 느꼈던 감정을 여과 없이 연재한다고 했듯이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나옵니다. 독자님들께서 읽으실 때 불편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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