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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Jul 28. 2024

혼자 놀기

  아무것도 하기 싫고 친구가 보고파 절친에게 톡을 했다. 놀자고. 남편과 유럽여행 중이라는 친구. 음, 부럽구먼. 누구와 놀까? 플랜 2와 플랜 3에게 톡을 했지만 모두 바쁘다고 다음에 보자고 한다. 역쉬, 백수들이 더 바쁜 세상이군. 그럼 혼자 놀아야지.


  ‘생명불식’이라 했던가? 살이 있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책상에 앉아 있어도 글은 써지지 않고, 책 읽기도 싫다. 유튜브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 불러도 션찮았다. 음치가 맞았다. 마지막으로 셔플댄스를 따라 했다. 처음엔 잘 안 됐다. 여러 번 따라 하니 춤이 춰졌다. ‘음, 몸치가 아니구먼’ 허허. 셔플댄스가 엄청 힘들었다. 몸이 금방 땀으로 젖었다.


  우리나라는 혼자 놀아도 심심하지 않게 모든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다. 예를 들면 노래방이나 스크린골프 등등. 그리고 돈을 들이지 않고도 혼자 놀아도 심심하지가 않다. 요즘은 유튜브가 있어 뭐든지 찾아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가 있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니 살기 좋은 세상은 맞는 것 같다.


  다음으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마음의 창문과 집의 창문을 모두 열어젖히고 집을 대청소를 시작했다. 온종일 집안 구석구석 쓸고 닦았다.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쌓여 있는 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어쩔 땐 주객이 전도된 거 같기도 하다. 녀석들을 모두 쓸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니 목이 말랐다. 캔 맥을 하나 따서 카, 시원하게 마시고 운동복을 갈아입고 운동장을 어슬렁거리며 사물들을 관조했다.


  맨발 걷기 열풍으로 운동장 둘레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새로 만들어 놓았다. 땡볕에 노인들이 지팡이를 짚고 맨발 걷기를 한다. 살고자 하는 삶의 끈질긴 생명력은 대단하지 않은가. 건강도 좋지만 저러다 넘어지면 관절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혼자서 별생각을 다 하며 운동장을 배회한다.


  개망초꽃이 메밀꽃처럼 하얗게 운동장 가장자리에 흐드러지게 폈다. 여름이 깊어 가고 있다. 벚나무에선 까만 버찌가 농익어 떨어지고, 떨어진 버찌를 개미들이 물고 간다. 애기메꽃도 피고, 노랗고 하얀 씀바귀 꽃도 폈다. 애기메꽃은 언 듯 보면 나팔꽃 같아 사람들은 애기메꽃을 나팔꽃이라 부른다. 바람이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여름이라는 뜨거운 열정의 계절이 찾아왔다. 이것저것 관찰하며 바라보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뭐 그런대로 혼자 놀기도 괜찮은 것 같다.


  이처럼 우리는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젠가는 혼자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 시간이 빨리 오는 사람도 있고, 늦게 오는 사람도 있고, 영원히 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혼자라고 쓸쓸해하거나 외로워할 것도 없다. 어차피 인간은 다 혼자다. 그 시간이 찾아오면 열정의 계절 여름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기 자신으로 꽉꽉 채워 가면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친구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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