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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Nov 03. 2024

뼈를 깎는 고통

  단감을 먹고 감 씨 하나를 실한 놈으로 골라 화분에 심었다. 긴 겨울잠을 잔 감 씨가 봄이 되니 쌍떡잎이 올라왔다. 그렇게 몇 년을 두었더니 제법 큰 감나무가 되었다. 베란다에 있으니 온실효과 때문에 일찍 싹이 돋아나 잎이 무성했다.


  감을 따먹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감나무를 그대로 두면 나무가 아무리 커도 감이 열리지 않는다. 나무의 품종 개량을 위한 방법인 다른 감나무와 접을 붙어야만 감을 따먹을 수 있다. 조개가 진주를 만들 듯 그렇게 말이다.


  물살이 거센 곳에 사는 조개들은 가끔씩 입안으로 작은 돌이나 모래알이 들어온다. 이물질이 입안으로 들어와 조개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조개는 그 고통을 참아내며 자신의 몸과 한 몸이 되기 위해 이물질을 감싼다.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 그러고 나면 진주라는 보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감나무도 그와 같아 다른 감나무와 접을 붙이지 않으면 감이 열리지 않는다. 밖에 있는 감나무 가지를 꺾어다 단감나무와 접을 붙이기로 했다. 작은 감나무 가지를 꺾어다 끝을 납작하게 깎았다. 단감나무를 상처를 내야 하는데 손이 좀 떨렸다. 단감나무가 아파할 것 같아서다. <식물의 정신세계>를 보면 식물들도 위험에 처하면 공포를 느끼며 두려움에 떤다고 한다. 잘 자라는 단감나무에게 미안했지만, 그 방법 왜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필자는 일을 빠르게 진행했다. 단감나무를 쓰다듬어 안정을 시킨 다음, 커터 칼로  상처를 내고 그곳에 다듬어 놓은 다른 감나무 가지를 고정시키고 천으로 꼭 싸매 주었다. 어린 시절 본가에서 할아버지가 나무를 접붙이는 것을 봤는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대로 했다. ‘역시, 난 천재고, 인간은 모방의 귀재군!’ 허허, 이렇게 자화자찬을 하며 마무리를 했다.


  봄이 되니 접붙인 감나무 가지에서 싹이 돋기 시작했다. 잘만하면 몇 년 안에 맛있는 감을 따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감나무는 생채기가 난 상처를 극복하고 무럭무럭 잘도 자랐다. 정말 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조개가 자신의 입속에 들어온 모래를 살기 위해 감싸 안아 진주라는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 듯, 감나무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고 맛있는 감이 열리게 하려면 다른 품종의 감나무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감이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을 보고 민속학자들은 교육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우수한 감나무 품종 개량방법이 자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한다. 자식을 낳아 가르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본능에만 충실하고,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자손들도 이처럼 뼈를 깎는 고통으로 힘들게 교육을 시켜야만 비로소 사람 구실을 하며 살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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