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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사요 Jan 08. 2024

Reckless Life

소시민은 항상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


 1985년 LA, 여러 밴드를 전전하며 마약에 찌들어 살던 한 무명의 기타리스트는 예전에 잠깐 같이 일했었지만 별로 좋은 기억은 없었던 역시 무명에다 별 볼일 없던 밴드의 프론트맨에게 영입 제의를 받는다. 그들의 밴드는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하고 데모도 만들었으나, 리드 기타리스트와 보컬이자 프론트맨의 불화로 몇번째인지도 헷갈리는 해체 위기를 겪고 있었고 그를 영입한 후에 시작한 첫번째 공연 투어는 차가 고장나 히치하이킹을 해가며 이어가다 결국 좌초되며 '헬'이 되고 만다. 이후 4평 남짓한 단칸방 '헬하우스'에서 도둑질과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던 그들의 당시 면면을 살펴보면 방문 판매원, 웨이터, 신문팔이 등으로 이루어진 오합지졸로 앞날이 깜깜한 마약중독자들로만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86년 12월, 드디어 EP를 발매한 그들은 4주만에 한정수량 1만장을 모두 팔아치우고 당대 최고의 레이블 중 하나였던 게펜 레코드와 7만 5천 달러짜리 정식 계약에 성공한다. 하지만 금새 마약과 유흥에 돈을 모두 써버렸고, 다시 빈털털이가 됐을 무렵에서야 첫 공식 음반을 내놓는다.


 이 암울해보이는 밴드의 이름은 'G.N.R.' 1987년 'Welcome to the Jungle', 'Paradise City' 등이 수록된 LA 메탈을 넘어 팝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인 앨범 <Appetite for Destruction>으로 무려 147주간 빌보드 차트에 머물며 미국에서만 1,800만 장, 전 세계적으로 3,300만장의 음반 판매 기록을 올린 '건즈앤로지스'이다. 무명의 기타리스트 '슬래시'의 선택은 옳았던 것이다.


 고객 중심의 자동차 통합 쇼핑 플랫폼이라는 기획을 가지고 '카사요'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 나는 다시 1998년 겨울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경험과 사회적 지위, 자본이 있었지만 모든 도전은 처음이고, 모든 처음은 알 수 없는 미래로 가득하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카사요'를 통해 계획한 서비스들 중 일부는 이미 시장에 경쟁 업체가 있는 상황이었고 경쟁 서비스 업체가 아니더라도 자동차 세일즈를 모바일을 통해 편법적으로 하고 있는 개인이나 업체도 많은 상황이었다. 당연하게도 내가 '카사요'에 투자, 개발을 위한 노력을 쏟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들도 있었고 마음이 맞고 필요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1998년 겨울에도, 지금의 나에게도 역시 확신이 있다. '도전'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에는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무모함'이 있고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다. 다만 '무모함'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인 계획, 그 모든 것을 함께할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경쟁할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오히려 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건즈앤로지스'의 데뷔는 팝 메탈의 마지막 전성기인 1980년대의 끝자락이었다. 물론 그들이 가진 대중성과 아티스트로서의 파괴력은 대단했지만, 1990년대가 되자 얼터너티브 록이 대세로 떠오르며 팝 메탈은 장르 자체가 몰락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팝 메탈의 마지막 신성인 '건즈앤로지스'와 얼터너티브 록의 제왕 '너바나'의 대립은 대중적으로 큰 상징성을 지닌 라이벌 구도였다. 놀랍게도 액슬 로즈는 그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커트 코베인의 음악성을 인정했지만, 커트 코베인은 '건즈앤로지스'의 음악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으며 이에 화가 난 액슬 로즈는 커트 코베인과 코트니 러브의 마약 복용을 두고 '만약 아기가 기형아로 태어난다면 이들 부부를 감옥에 보내야 한다'라고 비난했다. 사실 발언의 수위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맞는 말을 한 건 액슬 로즈이지만, 이를 마음에 두고 있던 커트 코베인과 코트니 러브는 MTV 어워즈에서 액슬 로즈를 도발했고 둘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간다.


 '건즈앤로지스'의 전성기는 1991년 <Use Your lllusion>을 마지막으로 멤버들 간의 불화와 슬래시의 탈퇴 등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듣는다. 물론 그 후로도 성공적인 투어와 1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한 적도 있지만 700만장이 팔린  <Use Your lllusion> 이후로는 앨범 자체의 흥행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커트 코베인이 사망한 이후로도 액슬 로즈는 2011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은 물론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앨범을 내놓았으며, 2016년부터는 슬래시까지 다시 합류하여 여전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라이벌의 음악성에 대한 비하와 도발이 그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액슬 로즈는 여전히 자신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카사요' 서비스는 신차구매와 내차팔기를 통합 제공하는 자동차 통합 쇼핑 플랫폼을 모토로 2020년 법인 설립 후 2021년 어플리케이션 출시, 2023년 10월 정식 오픈을 거쳐 더 확장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면 리뉴얼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런 '카사요'와 나의 도전이 '무모함'으로 여겨질 때도 있고 경쟁 업체의 존재로 인한 부침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자신을 증명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도전이 결실을 맺을 때가 되면 '무모함'은 '혁신'이, '경쟁'은 '역사'가 되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자동차 세일즈에 처음 도전했을 때도, IT에 도전하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확신한다. 세일즈는 '고객'이 중심이고 IT도 역시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확신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의 도전이 새로운 '신화'가 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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