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말의 마지막 날이라고 하면 서운하지만 주말이 아직 하루나 남았다 생각하면 기분좋은 일요일입니다. 저는 주말에도 저만의 루틴을 만들어 그것을 따르는 걸 좋아하는 파워J입니다. 그런 저의 일요일 아침은 주로 밀려있던 공부와 주일 아침미사로 시작합니다.
아침에 9시 반이 미사이기 때문에 8시 50분쯤 집에서 나서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걸어서 30분 쯤이면 도착하는 성당입니다. 다행히 날은 이미 밝았고, 따뜻하기까지 한 아침이었습니다.
요즘 한참 유럽은 전쟁 때문에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그게 일상생활에서도 느껴지는데, 지인들과의 대화속에서도 전쟁 이야기는 꼭 나옵니다. 아침에 걸으면서 '이것도 하느님이 어떻게 보면 허락한 일이겠지? 대체 왜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세상 어느 인간도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은 이렇게나 나약한 존재입니다. 오늘 살고 내일 어떤일로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작은 목숨인겁니다. 그러니 오늘 당장 하고싶은 일을 하며 행복해야만 합니다.
미사 중에 갑자기 어느 나이든 남성이 들어와 맨 앞에 신부님 바로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몇몇은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보곤 했습니다. 그 남자분이 예식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중간에 마음대로 일어나서 성호경을 긋기도 했습니다.
오늘 들었던 독서중에 마침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이 예수님은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셨다고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이 내용이 그 분과 겹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남성분은 누구에게도 차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으로 분명히 믿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사의 전례(의식)는 사람이 만들었고 사람들이 수정해나가고 보완해온 형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왠지 그들 중 한사람이 되고싶지 않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당 안 제대를 보니 왠지 하느님은 그 사람이 와서 기쁘실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쁘지 않은 존재는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판단을 좋아하는 인간들 뿐일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사 중에 판단을 멈추고 그 모르는 이를 위해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부디 저 분이 기도하는 내용을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미사 중에 불렀던 노래중에 이런 가사가 있었습니다. '주는 나의 태양같은 존재'.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햇살이 따뜻한 하느님의 따뜻한 눈길같아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오 복음서 28장 2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