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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 Nov 02. 2023

서른 살, 태어나서 처음 물에 뜨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친 불안감을 이겨내다

3주 전, 동네에 있는 한 헬스장에 등록했습니다. 오래전부터 다니고 싶었던 헬스장이었는데 비싼 것 같아 몇 년을 미루다 드디어 기회가 생겨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헬스장 안에는 동네의 성향 상 나이 든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곳에 있는 사우나와 아쿠아짐을 하기 위해 등록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운동하는 게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제 자신과 제대로 마주하는 느낌, 저를 더더욱 알아가는 느낌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오늘은 그곳에서 만난 어느 프랑스 아주머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저는 사실 수영을 할 줄 모릅니다. 수영 수업도 들어봤지만, 몇 개월 동안이나 선생님께서 유일하게 가르치지 못했던 학생이기도 합니다. 아마 제 안에 불안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오랫동안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나 봅니다. 아쿠아짐을 하는 동안, 도구를 사용해 물에 떠서 다리를 움직이는 동작을 합니다. 저는 그 동작이 어려워서 코치님 눈을 피해 대충대충 물놀이만 즐기다 오곤 합니다. 어제는 토요일 오전이 끝나가는 11시 15분 수업에 갔는데, 그때는 왠지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수영장 맨 뒤쪽에 가서 철로 된 손잡이를 잡고 시도해 봤습니다. 그 자리는 사실 다른 분이 바로 옆에서 운동하고 계셨는데, 그분이 오늘 저의 글의 주인공이십니다.


그분께 양해를 구하고 옆자리에 서서 발로 열심히 물장구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께서 수업 중간에 저에게 와서 시간이 된다면 수업이 끝난 후에 수영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만 해도 괜히 시간낭비일 텐데, 안될 텐데 하는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호의에 응했습니다. 수업이 끝나자 그분은 친절한 말투로 저에게 마치 마음 챙김 선생님 같은 말을 하셨습니다.


"숨 못 쉬는 것 같은 두려움은 사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거예요. 두려움이 몸을 지배하게 두지 마세요. 이 말은 여기 수영장 에서만이 아니라 밖에서도 적용되는 거예요. 밖에서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세요."


이 말을 듣고 이 분을 믿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제 속마음을 말했습니다.


"사실 숨이 막힐 것 같아 무서워요.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것 같아요. 불안해서 손과 팔도 저려오네요. 귀가 물속에 들어가서 귀머거리가 되면 어떡하죠?"


마지막 말은 저도 하면서 웃음이 나더군요. 속으로도 말도 안 되는 일이란 걸 알기에 말하면서 중간에 웃음이 픽 하고 났던 것 같습니다. 저의 불안감을 있는 그대로 모르는 이에게 말하고 나니 훨씬 그 아주머니가 믿음이 가더라고요.


아주머니께서 오랫동안 허리를 잡아주셨고 저는 배영자세로 물에 뜨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저는 결국 혼자서 물에 뜰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수영장 바닥에 발을 대고 서니 온몸이 추워지고 손이 너무 저려서 수영장에서 나가서 이야기하자고 했습니다. 수영장을 나오니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졌던 건지 손 저림이 싹 사라졌습니다. 아주머니께 좀 더 제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아서 솔직하게 사실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여기 헬스장에 오기 시작했는데, 온 후로 점점 나아지는 제 모습이 보여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불안해하지 말고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알려주었고 다음에도 언젠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니 그분께서는 믿어줘서 고맙다고 오히려 저에게 고마워했습니다. 수영장 옆에 있는 쉼터 공간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참어른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자신감 채우는 연습을 하던 중에 이런 분을 만나서 인연이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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