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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 Mar 03. 2024

프랑스 회사에 들어온지 6개월이 흘렀습니다

바쁘게 지내니 시간도 참 빨리 가네요 

2024년이 되고 아무글도 쓰지 않으니, 브런치에서 알림이 오네요.

뭔가 매주 쓸 내용은 많은데 글자로 제 마음을 적어내자니 많이 벅차올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브런치를 켭니다.


사실 2023년 마지막 12월에 난생처음 회식이라는 것도 해봤어요.

각자 음식 하나씩 가져와서 저녁 7시부터 회사에서 회식을 했고, 저는 두시간 뒤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에 한번 더 충격먹었던 기억이 조금 납니다. 가장 충격적인건 저희 스트라스부르 지점의 제일 높은분께서 저 포함 직원 한명한명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주셨는데, 저까지 생각해줬다는게 너무 고마워서 저희 집에 전시도 따로 해놨습니다. 


요즘에도 저는 채용일을 합니다. 9월부터 하던 일과 거의 같지만 맡은 일중에 새로운 업무도 있습니다.

프랑스 Grand-Est 지역일만 맡았는데 요즘엔 북쪽 Hauts-de-France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요리학교, association 들을 찾아서 컨택트 해서 회사와 협력을 맺는 일을 시작했어요.

제가 고른 학교는 프랑스 메츠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요리전문학교 그리고 여성인권협회 두군데가 있습니다. 각각 하나씩 컨택트 해서 요리사 이력서들을 받아보고 그 지역들 근처 저희 회사 고객들에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저가 다니고있는 compass group 은 영국회사이며 사실 다양성을 선두로 두는 회사입니다.

mission handicap 이라는 것은 회사문화로도 자리잡았는데, 장애인 고용을 늘리려는 취지에 만들어진 미션입니다. 

프랑스 노동법으로는 회사 안에서 6퍼센트의 직원이 장애를 가지고있지 않다면 부족한 숫자대로 벌금을 물게 됩니다. 저희 회사는 거의 그 숫자에 다다랐습니다. 현재는 5.8%입니다. 

장애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자주합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는 보이는것만 있는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것, 예를 들어 청각장애라던지 무거운 걸 잘 들을수 없다던지 하는 장애도 있다는걸 여기저기서 많이 배웁니다. 매주 학교든 회사든 어디선가 장애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듣게되는것같아요.

이런 취지가 한국에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렇게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가 아름답다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가장 중요하다 생각되는건 6개월만에 사람들과 대화하기가 좀 더 편해졌고 좀 더 어울리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처음엔 누군가와 있으면 정말 숨막힐 것 같았거든요.

저가 7년을 법학을 공부해서 그동안 사회성이 많이 결여됐다는걸 정말 뼛속깊이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제는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는지도 감이 옵니다. 얼마전엔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요.

2월부터 오는 인턴이 있어요. 2개월만 하는 인턴인데 저의 상사중 한분과 개인적인 인연으로 저희 회사에서 2개월 인턴하게 된 친구입니다.


어느날 이 친구에게 하루동안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제가 할일을 주고 일 잘하는지 체크해야하는 날이 있었어요.

저는 누구의 상사도 되어본적이 없기때문에 (물론 저는 그의 상사가 아닙니다. 단지 6개월 먼저 온 수습생으로써 그 날은 제가 할 일을 지시하게끔 위에서 명령이 내려왔어요) 조금 긴장됐었습니다.

그런데 왠일? 뭘 시켜도 이 친구는 하기 싫다고 합니다. 어차피 자기는 졸업하면 그 일 안할거랍니다.

황당했지만 그래 그러니? 그래도 해봐~ 라고 거의 사정하듯이 3번이나 얘기했는데요.

그 친구는 "오늘 오후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할 게 많으니 그걸 할게. 오전에는 너가 어떻게 하는지 볼게." 라고해서 순간 너뭐돼? 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너무 황당했지만 억지로 제가 할 일을 시킬수도 없는 일이기에 알겠다고만 했습니다.


사실 저도 알아요. 저가하는 채용일은 성격에 맞지 않으면 너무나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일입니다. 다행히 저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친구 옆에서 지원자에게 전화하고 면접을 보는데, 끝날때마다 저에게 이런저런 말도안되는 조언을 하는 이친구를 보며 열받아도 참자 여긴 회사니까 그리고 얘도 어른이니까 하며 버텼습니다.


웃기는 건, 이날 어떤일이 있었는지 사수가 물어봐서 다 알려줬더니 이 친구가 저번주에 어떤 회사로 견학을 갔는데, 가서 했던말이 "ㅇㅇ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다음주에 내가 지켜보려고." 라고 했다는 겁니다 !

저는 그 이야기를 사수에게 전해듣고 갑자기 확 열받았지만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제 사수도, 그 친구의 사수도 그 인턴친구를 탐탁치 않아한다는걸 느꼈습니다.


서양이라고 위아래가 아얘 없는건 아닌가봅니다. 사실 이친구가 말실수도 하고 그랬는데,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그 친구를 오랫동안 두려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좀 신기했달까요. 특히나 그 인턴친구랑 그친구의 사수는 어렸을때부터 알던사이로 알고있는데, 빽이 다가 아닌가봐요. 그 사수가 저한테 와서 하는말이 "그 친구한테 시간내줘서 고마워. 내가 인생이 뭔지 걔한테 가르쳐줄게." 라고 말해줘서 고마웠습니다. 저도 일개 수습생일뿐인데 이렇게 나서줘서 제 기분을 신경써줬다는게 멋진사람같아 보였습니다. 


하여튼 이런 일도 있고 참 재밌게 살고있어요.

웃긴건 이 일 이후로 왠지 사람들하고 좀 가까워 진 느낌은 착각일까요? 후배아닌 후배가 생기고나니 저 자신도 왠지 전보다 더 여유가 생긴것같아요. 제 자신이 회사안에서 릴렉스해진 느낌입니다. 대화도 이제 자연스럽습니다. 


방심은 금물! 항상 회사임을 잊지 않고 제 할일만 열심히 하려 합니다. 그 친구 얘기도 사수가 물어보지 않는한 그 누구에게도 하지않습니다. 무조건 제 얘기만하고 그날그날 해야하는 일을 다 처리하려 합니다. 

이렇게 저는 차근차근 더 나은 어른이 되려 노력합니다. 회사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일을 할 수 있을까 늘 연구하고있습니다.


어제는 새로생긴 고객의 레스토랑 오픈날이었습니다. 고객은 사실 nancy에 위치해있는 군사기지였는데요. 파리, 스트라스부르, 랭스 등등 지역에서 저희 회사 직원들이 와서 각자 맡은일에 최선을 다해 첫 오픈날을 위해 일하는게 멋있다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회사의 가치들을 존중하고 회사를 아낀다는게 느껴졌어요. 저희 회사에 장기로 근무하는 분들이 정말정말 많습니다. 20년, 30년, 35년까지 본 것 같아요. 그 분들이 회사의 그 무언가의 가치를 믿고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그럼 조만간 다시 회사생활에 대해 글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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