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에
나는 4월 말쯤 한국으로 갔다.
그때는 '나도 부모님이 있는데! 나도 마음이 힘든데 서른이 넘었지만 위로받고 싶어.'
라는 응석 부리는 마음으로 한국으로 가버렸었다.
한국에서 4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낸 덕에 나의 부서지려 하던 멘탈을 붙잡을 수 있었고
다행히 지금은 다시 프랑스에 잘 도착했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살았을 때는 빵만 먹어도 괜찮았고 늘 건강했고 걱정되는 게 있다면 학교생활뿐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마음은 그때와 변한 게 없는데 걱정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님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의 건강, 부모님의 건강, 나의 안정감, 미래 등등... 아마 이 세상 모든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프랑스에서 정착해서 사는 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얻는 것이 있다면 가장 나에게 와닿는 것은 프랑스에서는 상황들이 느리게 흘러가도 그냥 그렇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성격이 급할 때도 있지만 행동은 아주 느릴 때가 많다.
한국에 산다면 여러 사람 속 터지게 할 노릇이다. 프랑스에서는 그 누구도 나에게 빨리 좀 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 점이 왠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아 좋다.
또 다른 얻는 것이 있다면 좀 더 여유로운 사회 시스템이다. 왠지 내가 잘 모르는 탓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열심히 모으면 돈을 더 잘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공부 스트레스 없는 삶을 미래의 자식들에게 주고 싶다. 공부보다는 철학적인 사고방식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삶이란 뭘까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가능한 걸까 그런 대화를 노을을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같이 해보고 싶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모든 사람의 의견이 존중되는 문화가 좋다. 또한 나이가 조금 더 지나서도 뭔가 배우고 싶을 때 바로 고민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여유가 너무 부럽고 한국에도 그런 날이 올까 싶다.
잃는 건 아무래도 가족과의 시간이다. 나는 해외에서 오래 살아서 늘 볼 수 있는 친구가 없다. 친한 친구들은 다 세상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정착 고민을 시작하며 계속 얼굴 볼 수 있는 인생친구들을 사귀려 노력했던 것 같다. 하여튼 친구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가족들과 친하고 연락도 자주 하고 같이 있는 시간들이 1분 1초가 너무나도 소중하다. 프랑스로 돌아오기 3일 전부터 나는 밤마다 울었다. 비행기에서는 들숨에 눈물이 맺히고 날숨에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이렇게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도 나는 프랑스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왜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그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고 시간은 흐르는 걸까 하고 프랑스에 와서도 2주간 생각해 봤다. 결론은 나는 사는 건 일단 프랑스가 좋다. 그렇지만 아직 학생이고 이제 9월 말쯤에야 직장생활을 하니까 금전적인 여유가 없기에 마음이 힘든 것 같다. 아마 나중에 2년쯤 후에 정규직으로 취직이 되고 안정이 된다면 일 년에 두 번 정도 왔다 갔다 하면서 가족도 보고 더 여유가 될 때는 가족들도 프랑스로 부르고 하면 내 마음이, 그리움이 이렇게까지 나의 멘탈을 휘두르지 않을 것 같다. 그때까지 힘내야 하니 지금은 더욱더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야겠다. 아직 쉴 때 아님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한다.
새삼 모든 타지살이 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마음에 평화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