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인 Nov 02. 2023

프랑스 회사 입사 1주일 후 느낀 점

2023년 9월 18일, 나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한 회사에 리크루터로써 입사했다.

나에게 있어서 이 기회는 중요하고 절실했다. 1년을 기다려온 좋은 기회다.

일년동안 많은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던 기회였으며 나 자신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2년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더 좋은 회사에 정직원으로 채용되고싶다.


고작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일단 나의 심정을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정말 대만족이다.

물론 1년을 희생해 많은 심사숙고 끝에 진로를 바꿔 생긴 기회지만 그럴만 했다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내가 다니고 있는 곳은 영국계 회사 Compass Group이다.

이 회사에 속해있는 몇가지 회사들 (Eurest, Medirest, Scolarest) 을 통해 각종 기업이나 단체, 학교, 요양원 같은 곳에 식사를 제공하는데,

나와 우리 팀이 하는 일은 주로 요리사나 요리 보조사 채용이다.


Medirest 는 요양원이나 병원에 식사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딱딱한 것을 씹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음식의 텍스쳐를 갈아서 만들지만,

그래도 먹는 사람이 먹고싶은 마음이 들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의 마인드가 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나이가 든 사람도 똑같이 멋지게 꾸며진 음식을 먹고싶기 마련이다. 그 점을 존중해주는 회사가 멋지다 생각했다.

그리고 Eurest 는 일반 회사에 주로 음식을 제공한다. Scolarest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주로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회사이다.

이 세가지 회사는 내가 다니고 있는 Compass Group 에 속해있으며, 이 회사들이 음식 뿐만 아니라 요리도구, 접시 등등 모두 직접 고른다고 한다.

그래서 Eurest 요리사들이 있는 곳에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장소는 달라도 접시들은 늘 똑같았다는 것이 이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나에게는 신선했다.

게다가 고객들 (회사들)이 식사제공에 쓸 수 있는 돈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식사의 질이 많이 차이났다.

예를 들어, 내가 첫날에 먹은 음식은 어느 전기회사였는데, 비싼 재료에 요리에 시간이 꽤 걸리는 정성스러운 음식이었다.

그 다음날 먹은 곳은 프랑스의 한 통신사 회사였는데 마치 대학교 학생식당 같았으며 음식의 질도 비슷했다.


점심마다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차를타고 근처에 거래처에 가서 점심을 먹는다. 처음 며칠은 너무 잘먹어서 저녁도 먹지 않았는데 다음 날 얼굴이 부어있었다.

먹는 얘기만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음식 관련된 회사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첫 주에 한 일은 주로 요리사로 지원한 사람들 (하루에 약 15명 정도 된다)에게 전화를 하고 아직도 채용공고에 관심이 있는지,

시간이 있으면 잠깐 통화가 되는지, 어디쪽에 살고있는지, 원하는 월급은 어느정도이며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등등 전화인터뷰 하면서 물어봐야한다.

나는 처음 며칠은 나의 프랑스어 악센트가 창피하다 생각했지만 지금은 상대방의 인품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내가 어디서 왔든 괜찮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나의 악센트따위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사람들은 어떤 때는 상당히 호의적으로 대답해주고 예의있게 전화를 마무리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때는 인터뷰인데도 약간 막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당신의 직장동료들은 당신을 어떻게 묘사하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그들은 “그런건 내 동료한테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런식으로 나오는데 그럴 때 참 당황스럽다. 그나마 나도 나름 프랑스에 온지 8년차라 그런지 “내가 필요한게 아니라 이거 작성하려고 물어보는거에요. ” 라고

대답할 수 있는 깡 비슷한 게 생겼다. 다행인건 이런 사람들이 하루에 한 명 정도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꽤 친절하게 웃으며 대답해준다.

나는 이번주에 한 청년을 취업시켜줬고 너무 뿌듯했다. 얼마나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잘 다녔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첫번째 주였는데 많은 감정이 오락가락 했고 감동의 순간들도 있었다.

어떤 63세의 남성분이 2-30년 넘게 영업직을 해오던 분인데 늘 마음속으론 요리가 하고싶으셨다고 한다.

그분은 그래서 2022년에 요리사 자격증을 따셨고 단기계약직으로만 요리사로 일하고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목소리에서 나는 요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분을 나의 사수에게 적극추천했다.

다른 한 분도 비슷한 나이였는데, 요양원에 입소했다가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곳에서 나와서 요리사로 일하고싶어 직장을 찾고있다고 했다.

아마도 60대 초반에 요양원은 어느 나라나 상관없이 이른듯한 감이 있다. 아마 지루해서 나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한다.

프랑스에서는 요리사의 월급이 참 작다. 이 분이 지원한 곳은 한달에 220만원 주는 곳이었다.

이 월급만 제의할 수 있다는 것이 왠지 내 잘못도 아니고 나와 관계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렇지만 이분은 밝은 분이셨고 220만원이어도 좋다고 바로 대답하는 분이었다.

이분이 어떤 다른 재산을 가지고있는지, 상황이 어떤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급여가 작아서 안됐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인 것이라고 며칠 후에 생각했다.


이번주에 내가 했던 또다른 일은, 프랑스어로 sourcing 이라는 것인데, 내가 내 스스로 이력서들을 보면서 직종에 맞는 프로필을 찾아서 연락해서 직장을 제의하는 것이다.

보통 250-280개의 이력서를 보고 연락할 프로필들을 저장해놓는다. 처음엔 그 숫자에 놀랐지만 보면 볼수록 노하우가 생긴다.

어떤 프로필이 직장에 어울릴 지 5-10초 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니 이력서 쓰는게 왜 중요한건지 알것같기도 하다.

내 이력서도 더 눈길을 끌만한 단어들을 넣어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나의 사수에 대해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아시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지 나의 성격도 잘 이해해주고 나의 문화도 알고있어서 나의 마음도 편했다.

너그러운 사람인 것 같다. 일하고 있지 않을때 대화해보면 나와 비슷한 점이 너무나 많다. 올해의 나의 운은 꽤 괜찮은 것 같다.

회사에서 사람 한 명만 잘 대해줘도 그 회사는 다닐 만 한 것 같다. 나의 사수는 내가 쓴 문장들의 오점도 고쳐주고 나를 잘 다독여주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 배울점이 많다.


프랑스 사무실의 분위기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다니는 곳은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에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반말을 하는데,

그것은 상대에 대해 예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써 할 존중은 꼭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하고 어떤 회사생활을 하고있는지 감정공유도 많이한다고 생각했다.

남을 돕는 일을 하고싶었는데, 이렇게 회사에서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고 모르는 사람들과의 대화 끝에도 그 사람들이 꼭 좋은곳에 취업하길 바라는 내 마음이 좋았다.

그 점에서 이 일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에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 서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