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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 Nov 02. 2023

프랑스의 알테넝스 제도의 장점

석사 Master des Ressoures Humaines 인사관리

프랑스에는 알테넝스 (alternance)라는 교육제도가 있다.

제도가 실행되는 방식은 각각 회사, 학교마다 다르지만 나로 예를 들자면, 나는 월-수는 회사, 목-금은 학교에 가서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공부를 한다.

2월부터 6월까지는 금요일에도 회사에 간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특별히 하루 재택근무를 주겠다고 해서 너무 좋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이렇고, 또 다른 학교는 1주일 학교에 가고 다음 1주일은 회사에 가는 식으로 하는 곳들도 있다.


이번주 27일은 pre-rentree라고 개학이었다. 서른이 넘어 개학식에 가는 것이 껄끄러웠지만 배움에 나이가 어디있나 하는 마음에 기분 좋게 갔다.

개학식은 주로 학교의 규칙들, 석사과정을 마치려면 출석은 얼마큼 최소로 해야 하는지, 어떤 과제들을 의무로 제출해야 하는지 등등 설명을 7시간이나 넘게 들었다.

내가 듣고 있는 과정에 속한 사람들은 약 18명 정도이고 출신들도 다양하다.

같은 학교에서 학사 1학년부터 한 사람들도 있고 나같이 법대나 경제학과같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온 학생들도 다섯 명 정도 된다.

첫날이라 알던 사람들끼리만 대화하고 해서 나는 대화할 일이 없었다.

집에 왔을 때 아주 피곤했다는 것만 기억난다.


다음날 아침 첫 수업은 인사채용 수업이었다. 나도 인사채용 담당자이기 때문에 수업이 기대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유익하고 또 재밌었다.

일반 대학교는 교수님이 혼자 말하고 학생들은 타이핑만 치다 오는데 (어쨌든 법학은 그렇다), 이 학교에서는 발표할 기회도 꽤 많이 주고 학생들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일들이 있는지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흥미롭게 들어주셔서 감사했다.

오후 수업은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인사관리 로드맵이라는 수업으로써 인적 자원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절차에 관해 배우는 수업이다.

사실 수업방식이 나와는 맞지 않는 듯해서 많이 지루했지만 그래도 피가 되고 살이 될 거라 생각하며 열심히 들었다.

내가 특히 이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건 교수들과의 교류, 학생들끼리 혹은 혼자서 할 과제물을 주는데 3시간 수업 중 1시간 동안 자율적으로 쓰고 발표할 시간을 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쓴 내용들을 듣고 공감이 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그게 또 참 재밌다.

예를 들어, 나는 채용이 꽤 흥미로운 주제라 생각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화 걸고 하는 게 그다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전화를 받아줘서 얼른 적어야 할 것 작성하고 내일로 미뤄지지 않기 바란다. 그렇지만 다른 학생들 중 한 명은 전화 거는 게 진짜 너무 싫어서 채용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같은 분야를 골랐음에도 취향에 차이가 있다는 게 놀랍다.

오후 수업에서는 조별과제를 받았는데 나와 다른 세명의 학생들은 전부 전과한 사람들이었다.

아주 다행이라 생각 드는 것은, 모두가 성격이 순해 보여서 대화하기도 편한 친구들이다. 그중 한 명은 나보다 3살 언니인데 토고라는 아프리카 나라에서 철학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지겨워서 다른 일이 하고 싶어 져서 프랑스로 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알테넝스 제도에 나이제한이 있고 해서 지금은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 각자의 인생 이야기가 이렇게나 다른 것이 참 재밌다.

알 수 없는 인생이다.


하여튼 우리 네 명이서 “우리 학교에 전과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오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주제로 발표해야 한다.

발표는 내 맘대로 생각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순서대로 토론하면서 적은 내용을 가지고 10월 12일에 발표하기로 했다.

한 시간 안에 그럭저럭 괜찮은 내용이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날 오후에는 사회법, 노동법에 관한 수업이 있었다. 나는 노동법에 사실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후로는 관심이 생겼지만 딱히 기회가 없었다. 이 학교에서도 석사 2학년차에야 배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직장에서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수업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법학과에서 하는 것처럼 한 수업에 10장씩 타이핑하는 수업이 아니고, 타이핑 자체는 두세 장 밖에 안되고 주로 교수님과 발표하며 우리가 과목 자체에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대화 위주로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들, 회사에서 꼭 알아야 하는 부분들만 수업받아서 너무 좋다.


결론적으로는, 알테넝스를 하는 사립학교도 일반 공립 대학교에 못지않은 수업의 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루하게 앉아서 수업을 듣고 오는 것보다 여러 사람과 토론하며 어떻게 직장에서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끔 이끌어주는 이 수업들에 나는 대만족 하게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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