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존재

by 유울

엄마의 존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건, 자취를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혼자 사니 집안일을 해야 했고, 원가족의 집안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그러다가 그동안 엄마가 참 많이 힘들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난 혼자 사니까, 내가 먹으려고 요리하고 내가 어질렀으니 치우는 거지만, 우리 엄마는 다섯 식구의 살림을 도맡아 했다.

게다가 하루 8시간 이상 힘들게 일 한 뒤에 말이다.


엄마가 집에 있으면 집안일은 거의 모두 엄마 몫이었다.

나와 동생들은 학교 가고 공부한다고, 아빠는 일한다고 집안일을 많이 하지 않았다.

엄마도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고 오는 건 똑같은데도 말이다.

동생들과 내가 역할을 분담해서 집안일을 하기는 했다.

한 명은 빨래, 한 명은 설거지, 한 명은 청소를 맡아서 말이다.

하지만 아빠는 늘 혼자만 쏙 빠져서 쉬었다.

아빠는 본인 빨래는 알아서 하시고, 밥도 알아서 차려드시기는 했지만 그래도 청소 같은 일은 늘 우리 몫, 아니 엄마 몫이었다.


엄마는 우리 집의 진정한 가장이었다.

엄마가 없으면 우리 집은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삐그덕거리고 더러워졌다.


아플 때에도 우리 밥을 차려주고, 피곤한 날에도 빨래를 돌리던 우리 엄마.

세상 모든 엄마는 다 이런 걸까?

이렇게 희생하고 봉사하는 삶을 사는 걸까?

난 우리 엄마 덕분에 잘 먹고 잘 입고 잘 컸지만, 내가 다시 엄마가 되어서 누군가를 기를 자신은 없다.

엄마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라는 인식 속에서 난 영원히 엄마가 아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난 엄마를 보면 애틋하다.

이것 사랑인 것 같다.

그런데 자취를 하면서 엄마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는 건, 평소에 그만큼 엄마를 많이 힘들게 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존재를 내가 힘들게 만들었다.

내가 집안일을 하는 게 힘에 부치자, 엄마가 생각났다는 것도 결국은, 엄마에게 기대고 싶다는 어린아이의 마음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자취를 시작하니 엄마라는 존재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만 느껴졌고, 엄마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은 그보다 더 커졌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내가 나의 엄마가 되어줘야 한다.

스스로를 돌보고 챙겨주고, 집안일을 다 하는 엄마.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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