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아니 독립
대학에 진학한 나는, 얼마 안 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다.
같은 과 동기들과 함께 과방에 모여서 부어라 마셔라 술도 마시며 놀았다.
그 시기가 내 인생의 리즈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붙었다는 행복감에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낯선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은 자유를 만끽했다.
그런데 그 생활도 하다 보니 지루하고 무언가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좋기는 했지만, 전처럼 행복한 느낌은 안 들었다.
친구들을 많이 만나는 것보다는 그냥 한 두 명만 만나면서 함께 어울리는 게 더 편했다.
그래, 이제 대학 합격의 뽕이 빠지고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분명 주변에 대학 동기도 있고, 남자친구도 있는데 난 텅 빈 느낌에 사로잡혔다.
마음을 온전히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고 느꼈다.
내가 힘든 걸 이야기하면, 저 사람은 또 그것 때문에 힘들겠지.
누군가에게 온전히 마음을 주는 일, 마음을 받는 일은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대학 동기들은 내게 와서 고민 상담을 하고는 했다.
이상하게 나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말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말하게 된다고 했다.
내가 하는 건 없었다.
그냥 들어주고 반응해 주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누군가에게 내 걱정을 말하는 걸 어려워했다.
그나마 가족이나 고향 친구에게는 하던 일이었지만, 그들은 여기에 없었다.
내 주위에 사람은 있었지만, 난 아무도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자취를 시작하자, 그 공허함은 좀 더 커졌다.
어쨌든 기숙사 생활은 늘 타인과 함께여서 외로울 틈이 없었지만, 자취를 하니 나는 더 혼자였다.
어떤 남자가 새벽에 물을 달라며 문을 두드린 겁나던 순간에도, 밥을 먹거나 생활을 하는 일상적인 순간에도 나는 모두 혼자였다.
혼자라는 것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공허하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