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아이가 되고,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는 그 과정을 모두 거치면, 어른이 되어 이별을 한다. 바로, 태어날 때부터 함께인 부모와의 이별말이다.
고등학생 때까지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살았다. 하지만 내게 그 울타리는 마냥 따뜻하고 행복한 곳은 아니었다. 부모님 사이가 좋은 편도 아니었고, 근처에 할아버지댁도 있었기에 갈등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얼른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날 힘들게 하는 지긋지긋하고 답답한 집에서.
대학을 멀리 가게 되자, 나의 바람은 이뤄졌다. 입학식 하루 전날, 나의 이사를 위한 대이동을 준비했다. 내 짐을 트럭 뒤에 한가득 실었다. 할머니는 마중 나오셔서 내게 "아프지 말고 잘 지내야 한다. 공부가 힘들어도 열심히 해야 해."라고 말씀하시며 용돈을 쥐어주셨다. 아빠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날 대학으로 데려다주셨고, 그 길에는 직장에 연차를 낸 엄마도 동행했다.
기숙사에 짐을 모두 넣어놓고, 숙소에서 부모님과 함께 잠을 잤다. 아래로 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부모님과 함께 셋이서 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엄마의 양옆에는 항상 동생들이 있었으니, 첫째인 내 자리는 없었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입학식을 하고 부모님은 다시 집으로 가셨다.
나의 첫 이별이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산다는 게 내 평생의 염원이었고, 그것만을 목표로 열심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막상 헤어지니 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할머니의 말씀에 눈물이 고였고, 날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빠 차를 보며 뭔가 섭섭했다.
아직 적응이 안 되어서 그런 것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애써 그런 감정과 생각을 억눌렀다.
그런 마음이 드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늘 집을 나가고 싶었는데? 이제 더 이상 아빠의 술주정을 듣지 않아도 되고, 엄마의 눈물을 보지 않아도 됐다. 동생들의 싸움을 중재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왜 슬프고 먹먹한 마음이 드는지, 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