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도대체 뭘까? 저 카톡 이름 뒤의 숫자는 뭘까? 발 사이즈인가...? 맞춤법 잘 모른다고 이제 와서 안 만날 것도 아니고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갔다.
만나러 갔는데 카페에는 삐딱하게 앉아있는 불량한 남자가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그분이 맞았다. 여기서 삐딱하게는 그냥 삐딱하게 가 아니고, 상체가 옆으로 45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다.
표정관리를 잘하고 얘기를 하는데 길게 말하면 몸이 좀 꼬이셨다. 목소리는 큰 데 말도 정말 어눌했다. 그리고 그 카페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공환님 285'와 대화하는 동안 주변에서 빤히 쳐다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람이 많은 카페였는데 아주 조용했고 주변 사람들과 눈이 길게 마주쳤다. 네... 저 지금 장애인이랑 소개팅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아 글 쓰다 보니 생각나는 대화가 하나 있다.
"아참 카톡아이디에 285는 무슨 뜻이에요?"
"집주소...인데... 까먹어서 했어요 나중에 찾으려고요"
궁금증 해결!
그래도 어찌저찌 한 시간 정도 얘기했는데 아무리 짜내도 할 말이 없었다. 내 관심사는 이분의 관심사가 아니었고, 전공도 맞지 않았고 살아온 환경도 너무 달랐다. 어린 시절 얘기까지 꺼냈다가 이 정도 했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환님 285'도 이만 일어날까요? 해서 그러자고 하고 일어났다. 근데 건너편에서 계속 쳐다보던 우리 엄마뻘의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다가왔다.
"아가씨, 남자분 맘에 안 드세요? 너무 일찍 일어나는 거 아니에요?"
"네...? 남자분이 먼저 일어나자고 하셨는데요"
"아니 그래도 더 얘기해야지"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내가 얘 엄만데, 다시 앉아서 얘기 더 해요"
아........... 어머님이세요?
내 대뇌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날 알게 되었는데 너무 충격을 받으면 말을 못 한다. 그리고 어머님 눈도 크시고 키도 크셔서 좀 무서웠다. 나 집에 간다고 계속 그러면 맞는 거 아냐?
그 뒤로 15분 정도 더 이야기하고 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길로 나와서 백화점에 갔다. 가서 비싼 구두를 샀다.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줘.라는 의미였다. 사고 나오는데 눈물이 났다. 친구한테 전화했다. 사실 내가 결정사에 가입했다고, 내가 어떤 마음으로 가입했는지 말했다. 짧은 치마 입으라는 말 듣고도 참았다고, 그리고 나 지금 이런 사람 만났다고 말하면서 펑펑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