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집사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8년, 뽀송이는 비행기를 타고 우리 집에 왔다.
그 당시엔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들으면 누구나 아는 중국 우한(武汉)에서.
아버지가 주재원으로 근무하시던 시절, 회사 동료 분이 키우시던 고양이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하나였던 뽀송이가 아버지 품으로 오게 되었다.
처음엔 퇴근하실 때마다 겁이 많은 뽀송이와 숨바꼭질을 하느라 진땀을 빼셨다고 한다. 하지만 항상 당신을 졸졸 따르는 모습을 귀여워하셨고, 결국 심플함을 추구하시던 아버지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뽀송이의 화보집처럼 변했다.
아버지가 우한에 계시는 동안은 매일 같이 영상 통화를 하며 '랜선 집사'로 활동했다. 그리고 뽀송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 고양이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지루한 고등학교 생활 중 몇 안 되는 즐거움이었다.
입양 두 달 뒤, 마침내 뽀송이가 아버지와 함께 귀국길에 오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예방접종이나 내장칩 삽입 같은 절차가 무서웠을 법도 한데, 발톱으로 할퀴거나 '야옹!' 소리 한번 없이 듬직하게 견뎌주었다고 한다. 오고 가는 길 중국과 한국 공항 직원 분들에게도 많은 예쁨을 받았다고 한다.
오랜 시간 조그마한 이동장 안에만 갇혀 있던 뽀송이는 우리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을 이곳저곳 탐색하더니, 미리 준비해 둔 모래에 배변을 마쳤다. 그리고 곧바로 소파에 올라가 경계를 풀고 골골송을 시작했다.
낯선 환경에 겁을 먹을까 숨을 만한 장소를 여러 군데 마련해 준 우리 가족의 노력이 무색하게, 거실 한가운데 엎드려 편안하게 자는 모습을 보고 '뭐 이런 고양이가 다 있어?' 하고 다 같이 웃었다.
어느덧 함께 산지도 만 5년이 지난 지금, 뽀송이는 우리 집을 지키는 의젓한 성묘가 되었다. 날씨가 추워지니 문득 아깽이 시절 뽀송이가 생각 나 글을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