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기대 수명에 걸맞은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
이제 60대는 노년이 아니다.
그런 세상이 되었는데 혼자 늙어가면 혼이 나야 한다.
청년도 마찬가지다.
아니 청년은 더욱 젊게 살아야 한다.
그들의 삶의 길이는 더욱 길어질 테니까.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어렸을 적, 60이면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어느 집이건 환갑잔치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야말로 잔치 중의 잔치, 왕잔치.
세상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 살아냈다는 것을 기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아버지의 삶은 남들보다 짧았다.
환갑잔치상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으니 말이다.
요즘 주위를 돌아보면 나이 60은 노인축에 끼지도 못한다.
전철의 노약자석에 앉는 것은 그보다 오래 산 형님과 누님들이 보기에 버릇없고 고약한 일이다.
젊지는 않지만 노인이라고 하기에 어색하다.
그러나 삶의 일터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60이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의 정년이 나이 60이니까.
더 이상 일하기에는 늙은 나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기대 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서 나이 60은 퇴물이 아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대부분의 일을 여전히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는 나이이다.
이 사회의 청년이 중요한 자산이지만, 그들의 아버지, 어머니도 소중하다.
*
지금 읽고 있는 책, 마라톤 저 뛰어도 될까요에서 빌려온 문장이다.
"달리기는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달리는 동안 심장은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빠르게 박동하고, 폐는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하면서 호흡 기능이 강화된다. 처음에는 심장 박동수가 빠르게 상승하지만, 꾸준히 달리다 보면 심장의 혈액 방출량이 증가하여 심장 박동수가 점차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 과정에서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혈관이 더욱 유연해져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아진다. 또한, 폐 조직의 용적이 증가하고 모세혈관이 확장되어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 효율이 높아지므로, 심장 기능이 강화되고 고혈압과 심장병, 뇌졸중 등의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은 성인병의 하나이다.
달리기가 그런 병들을 예방하여 준다는 거다.
달리기는 축복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축복을 외면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튼 밖으로 나서는 용기가 없어서가 아닐까.
일단 나서면 달릴 수 있다.
빠르게 달릴 필요도 없다.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달려보면 알게 된다.
달리기가 얼마나 신나고 은혜로운 운동인지를.
*
최근 감기에 걸리며 슬럼프가 찾아왔다.
주 6회를 달리고 하루를 쉬던 루틴이 바뀌어 주 2회를 쉬게 되었다.
하루를 쉬고 달려도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두 달 만에 슬럼프라니.
달리기의 속도도 처음 시작할 때처럼 느려졌고, 김기약을 먹기 위해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먹었더니 몸도 거북해졌고 체중도 다시 늘었다.
이렇게 작은 변화마저 감당할 수 없는 몸뚱이를 혼내주고 싶을 만큼 한물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라톤은 언감생심이다.
욕심을 낸다고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킬로를 10분여에 달린다면 마라톤 풀코스라면 420분, 7시간이다.
마라톤이라면 거리가 늘어날수록 달리는 속도 또한 느려질 것이므로 부상 등의 문제가 없더라도 7시간 안에 완주를 해낸다는 보장도 없다.
결승선에 아무도 없는 광경이 눈앞에 선하다.
*
금주 러닝 기록
20251206 토
위의 마라톤 책을 읽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내 러닝은 러닝이라 부르기 민망한 슬로우 슬로우 조깅이지만,
그래도 마라톤을 논하는 책과 비교하자니 어른과 어린아이의 현격한 차이가 보였다.
민망하다.
나의 러닝이 장난이나 놀이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어제는 최선을 다해 달려 보기로 했다.
있는 힘껏 달리면 어느 정도의 기록이 나오는지 보고 싶었다.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웠다.
영하 2도 정도의 기온인데 그보다 더욱 춥게 느껴졌다.
눈도 녹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아래 트랙은 눈이 녹았지만 평소 달리던 메타세콰이아숲으로 향하는 둘레길은 여전히 눈에 덮여 있었다.
그래서 별로 재미없지만 위 대문 사진 오른쪽 아래에 살짝 보이는 트랙을 반복하여 달렸다.
왕복을 하면 대략 1킬로의 거리라 5번을 왕복하고 조금 더 달렸다.
1킬로 평균 페이스가 8분 43초로 전체 5킬로는 44분 52초가 걸렸다.
아래 나이키 러닝 앱으로는 313 킬로칼로리가 소모된 것으로 나왔지만,
함께 켜고 달린 삼성 헬스 앱으로는 737 킬로칼로리가 소모된 것으로 나왔다.
대체 뭐가 맞는 거냐?
케이던스는 161이다.
구간별 평균 페이스는 아래와 같다.
심장의 압박이 슬로우 조깅에 비해 3배 정도에 이를 정도로 열심히 달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겁이 났다.
초능력자(아내)와 일본 영화 '국보'도 저녁에 봐야 하는데 그냥 쓰러져 죽을 것 같아 약간 페이스를 늦췄다.
고등학교 때 1천 미터를 백 미터 달리듯 달려 피를 토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슬로우 조깅하다 죽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현재 내 최대치는 아래와 같다.
앞으로 이 기록을 조금씩 단축시켜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이다.
아무리 달리기가 습관이 되어 준다고 해도 대충 달리면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진지하게 달려야 한물가고 있지만 멋지게 한물갈 테니까.
오늘도 아무튼 또 달리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