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멘토링과 컨설팅
앞서 말씀드렸듯이 운 좋게도 저는 각종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소상공인 지원 단체에서 진행하는 멘토링이나 컨설팅은 기본적으로 무료이거나 아니면 소액을 자영업자가 부담합니다). 저야 초능력자만을 믿고 식당을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짐을 그 혼자 짊어지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일을 배워 제 몫 이상을 해내야만 했습니다.
찾아보니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돕는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먼저 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의 ‘자영업 클리닉’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요리의 기초를 배울 수 있었는데, 멘토는 서울 유명 특급 호텔 식당 출신의 음식 전문가였습니다. 요리 입문자의 기본적인 소양을 배울 수 있었고, 멘토 또한 식당을 했었기에 식당 경영 전반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다만 멘토가 식당 사업에 실패한 후, 대학 강단에 섰다는 말을 듣고는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내공이 있는 음식 전문가라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셰프라도, 모든 이가 성공 식당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소상공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요리 전문가로부터 저희 식당에서 메뉴로 내놓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리를 전수받았습니다. 사실 이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백인백색의 고객들이 자신의 입맛을 고수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가끔은 근거도 없이 논리도 없이 마스터낙지의 메뉴를 폄하하고 무시하는 상황에 접하면서, 요리건 식사건 전통이건 퓨전이건 마스터낙지하면 떠오르는 대단한 메뉴가 한 개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업 시기 때부터 가져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결과는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요.^^
세 번째 멘토로부터는 제법 깊이 있는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재료의 가격 부담이 크다면 대체재를 찾아라.
낙지 전문점이라고 해도 오직 낙지 요리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메뉴의 조리 시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신메뉴를 개발해야 한다(통상 주문이 들어오고 7분 이내에는 요리가 손님 앞에 나가 있어야 한다).
주메뉴를 보조할 수 있는 낮은 가격의 메뉴로 구색을 맞추어 고객을 유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메뉴는 기본적으로 원가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밖에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상술은 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멘토는 원론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컸고, 마스터낙지에는 적용할 수 없는 내용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또한 사장의 기본 성향이나 정체성을 훼손하는 멘토링을 무작정 받아들일 수도 없었습니다.
그 밖의 컨설팅 내용으로는,
- 인테리어 및 아웃테리어
- 프랜차이즈 사업 및 협동조합을 통한 사업 전개
- 온라인 및 오프라인 용도의 사진 촬영
- 각종 홍보물
: 온라인 상세 페이지, 온라인 배너, 오프라인 홍보물(전단지, 명함 등)의 디자인 및 인쇄
- 친환경 용기 제작 지원
- 식당의 정체성 확립하기
: 우리 가게의 기본 칼라를 정한다(기본 칼라 노랑, 부 칼라 그린).
마스터낙지는 마음이 평안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식당을 꿈꾼다.
등이 있었습니다.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의 저자 이랑주는 책에서 말합니다.
"1000개를 상상하자. 내가 하는 일이 1개가 아닌 1000개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이것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내 가게의 스푼 색깔 하나부터, 고객에게 보내는 이메일의 제목까지.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공통된 기준이 있고, 이 기준을 세심하게 지켜나갈 때 사람들은 오래 기억한다. 순간의 작업으로 돈을 벌고 팔아치우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오래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만의 색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내 가게가 좋아 보이고 싶다면 오래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자.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이런 의문이 들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1개가 아닌 1000개가 되어도 이렇게 할 것인가? 오래간다는 것은 1개가 1000개가 되어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