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도 아닌 낙지볶음을 곁들여 파는 식당이 주변에 이상하리만치 많다는 사실입니다. 속된 말로 개가 소나 낙지볶음입니다. 돼지불백집에서도, 순댓국집에서도, 감자탕집에도 벽에 걸린 메뉴 중에 낙지볶음이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그게 팔리기나 하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낙지볶음이 싸구려 음식도 아닌데 도대체 왜 식당 사장님들은 낙지볶음을 구색 맞추기 메뉴로 걸어 놓는 걸까요? 솔직히 그들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연어회덮밥은 다릅니다.
진짜로, 우리 상권내에는 없는 메뉴가 바로 연어회덮밥입니다. 물론 섬상권의 아주 작은 동네이다 보니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어회덮밥은 제가 아는 바로 없습니다. 초밥집에도 덮밥집에도 이 맛있는 음식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합니다. 일부러 드시러 오는 마니아층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오직 연어회덮밥만 드시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초능력자의 선견과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에게는 참 애정 어린 음식입니다.
마스터낙지에 처음 오신 손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가게가 참 따뜻하네요."
특히 개업 초창기에 가게를 위해 일부러 찾아주신 컨설턴트 분들은 거의 모두가 똑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컨설팅했던 다른 가게와 비교해 가며 따뜻한 분위기는 단순히 인테리어나 칼라, 소품, 조명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까지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인 칭찬을 듣고 보니 저희 식당의 따뜻함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저야말로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게의 주인인 저로서는 가게에 따뜻함을 느낄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는 몰랐습니다.
그 답을 찾으려 한참을 고민하다 생각이 미친 것이 바로 가게의 핵심경쟁력인 ‘아내’ 였습니다.
언젠가 알바생들이 이런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사장님!(초능력자에게 하는 말입니다), 친구들이 그래요. 올 때마다 사장님이 반갑게 반겨주시는 게 너무 좋다고요.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다가도 사장님 얼굴만 뵈면 나쁜 마음이 사라지고 금세 기분이 좋아진대요."
또 어느 손님은 그랬답니다. 초능력자에게 말하기를 "올 때마다 항상 미소 띤 얼굴로 반겨 주셔서 기운이 다운되어 있다가도 저도 모르게 힘이 나고 즐거워져요. 사장님은 미소 천사랍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남자 사장님은 우락부락하게 생겨서 좀 무서워요."
"???....."
사람의 말과 글에도 정감이 가고 사랑이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가 있다고 이기주 작가는 그의 책 '언어의 온도'에서 말했습니다. 저 또한 문을 열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런 가게를 만들고 싶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와 열대야 탓에 올여름이 역대 '최악의 여름'으로 등극했다고 하네요. 에혀, 표현만으로 등짝에서 땀이 한 바가지 흘러내립니다.
다행히도 처서가 지나니 아침 바람이 조금은 시원해졌습니다. 이제 더위는 물러나고 조만간 가을이 들어설 겁니다. 우리 모두 막바지 여름 즐기며 건강한 8월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