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조그마한 식당을 꾸려 나간다는 것이 즐거움보다는 고달픔이 앞서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부디 저에게만 해당하는 일이기를).
물론 예외도 있을 겁니다.
첫 번째,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일이 즐거울 것입니다(그런 사람이 작은 식당을 하지는 않겠지만).
요리사 파브리는 이탈리아에서 미슐랭 식당을 20년간 운영하면서 월 100만 원으로 생활했다고 최근 방송에서 밝혔습니다.
그는 "돈 많이 못 벌어도 만족감, 기쁨이 최고로 있었다. 그것도 생활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에 감동은 하였지만, 동감마저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렇기에 감히(?)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두 번째로, 작은 식당이지만 운이 따라서 손님이 가게 앞에 줄을 선다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할 것입니다. 돈을 버는 재미가 쏠쏠할 테니까요.
따라서 문제는 재능도 없고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그저 먹고살기 위해 식당을 꾸려 나가는 보통의 식당 사장들입니다.
특별한 기술 없이 평생을 평범한 회사에 다니다 나이를 먹어 쫓겨나듯 은퇴를 하고궁여지책으로식당을 선택한 사람들 말이지요.
치킨집이 대표적입니다(낙지집은 허들이 좀 있는 편입니다).
그나마 모아둔 돈이나 퇴직금이라도 있다면 다행입니다(빚지지 않고 개업하는 경우).
이도 저도 없이 늙은 몸뚱이 하나 지닌 신세라면 작은 식당의 사장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빚을 내어 시작해야 하고 또 빚을 갚으며 장사를 해야 합니다.
식당을 하며 '그냥 입에 풀칠만 해'라고 말할 수 있는 식당 사장은 자영업자 중에서도 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분들일 겁니다.
어떻게든 작은 식당 사장이 누리는 즐거움을 이야기해 보려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 그러나 이것이 대다수의 자영업자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오르는 인건비와 임차료와 재료비를 견디며 생계를 유지하는 식당 주인이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대체 언제일까요? 그런 날이 있기는 한 걸까요?
식당을 시작하는데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자신이 소유한 건물에 식당을 내고 초기 투자금 또한 가진 돈으로 처리하고, 장사에 수완이 있는 사장이라면 식당 운영이 재미있고 즐거울 것입니다. 돈 버는 재미에 하루하루가 즐겁겠죠. 문제는,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런 곳이 손에 꼽을 만큼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그래도 작은 식당의 즐거움이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물으신다면, '네, 있습니다. '라고 답하겠습니다.
인간으로서 의미로운 일을 하면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으로 작은 식당의 사장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아, 누구를 돕는다는 마음보다는 가진 것을 함께 나눈다는 자세라면 더 좋을 것입니다. 한 끼를 나눌 수도 있고 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신 승리 말고 진짜 사장이 즐거운 경우는 없을까요? 그래서 더 고민했습니다.
알바생에게 좀 더 신경을 써서 맛있는 한 끼를 만들어주면 그들이 행복하게 먹는 모습에 즐겁습니다.
단골손님들이 고생한다며 건네주는 커피 한 잔에 감격합니다.
손님이 잘 먹었다고 꾸벅 인사를 할 때 행복합니다.
물론 매상이 평소보다 더 오르면 아주 행복합니다.
식당 사장으로서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란 걸 이 글을 마무리 짓는 지금 이 순간에야 깨닫습니다. 일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요 즐거움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기에, 또한 그곳이 바로 내가 만들어 나가는 나의 가게이기에 정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