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으로 세상이 밝아지자마자 난 동굴 밖으로 나와, 섬의 이곳저곳을 더 탐색했다. 그러다가 이 섬의 비밀을 찾아냈다. 바로, 밤이 되면 다리가 끊어져 원래의 세상으로 갈 수 없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다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어젯밤엔 보이지 않던 다리가, 오늘 아침엔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뒤로, 난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섬으로 왔다. 밤이면 다리가 완전히 사라져, 이 섬에 나 혼자라는 사실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밤이면 이 섬은 적막이 찾아와, 내가 좋아하던 수풀들의 그 살랑이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아침에 생긴 다리를 보고 화들짝 놀란 나는, 서둘러서 그 섬을 빠져나왔다. 세상에 가지 못해 섬에서 하룻밤을 보낸 건 너무나도 무섭고 눈물 나는 일이었다. 어젯밤에 나는, 세상에 두고 온 가족이 생각나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런데 왜 내 가족은 나를 찾지 않을까,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분명 다리는 중간에서 끊겨 있어서, 저 세상 쪽의 다리는 남아있었는데. 다음부터는 정말 믿을만한 사람에게는 이 다리의 존재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내가 사라지면, 날 찾으러 올 수 있도록. 그런 사람이 생길 때까지, 당분간은 아침에만 이 섬에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발견 이후로,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 섬으로 오는 날이 잦아졌다. 섬에서 동물들과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문득, 이 동물들은 밤에 무얼 하나 궁금해졌고, 이 섬에서 하룻밤을 더 보내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고립된 섬에서 보내는 두 번째 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낮에 함께 놀던 동물들은 밤이 되자, 내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다리를 건너갔다. 그 동물들이 다리를 모두 건너 저 세상으로 가자, 다리는 또 온데간데없었다.
낮에 지어준 동물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쳤지만, 그들은 그저 앞만 보고 내달릴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또 홀로 밤을 맞이했다. ‘그래도 수풀이라도 있는 게 어디야. 내가 누울 땅이 있다는 게 어디야.’ 생각은 그렇게 해보았지만, 두려움과 막막함에 흐르는 눈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나는 또 혼자가 되었다.
단단하고 시린 땅을 침대 삼아, 거친 수풀을 이불 삼아 몸을 뉘었다. 그곳에 누워 올려다본 하늘에는 별이 한가득 있었다. ‘저 세상에 있는 존재들도 같은 하늘의 별을 보고 있겠지? 아닌가. 서로의 얼굴을 보느라 하늘 따위 볼 시간도 없으려나.’ 눈물로 얼룩진 나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나의 속내를 털어놓고, 감정을 분출하는 것은 이렇게 혼자 있을 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다른 사람까지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 혼자만 불편하고, 아프면 그만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첫날엔 메말랐던 눈물샘이었는데, 오늘은 무릎 위로 또르륵,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하늘에서도 눈물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그 동굴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