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런 날 Jan 30. 2024

찰나

무턱대고 사랑하다 상처받을 바보 같은 사람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서

 난 무언가를 함부로 사랑하는 사람을 몰래 냉소했다. 지금 보니 우스운 건 나였다.
 찰나의 순간으로 무언가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던 날이었다.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오래도록 거리를 두고 곱씹어보다 결국 정이 들어야 사랑하던 것이 대부분이던 내게,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들이킨 숨을 내쉬기도 전, 숨을 참을만한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내 마음에 들이는 것은 지금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 위에서 바라보던 노을이 그랬고, 정각마다 반짝이던 파리의 에펠탑이 그랬다. 대꾸할 때까지 말을 걸며 돈을 뜯어내려는 집시들, 변덕스러운 날씨, 오줌 냄새나는 도시의 곳곳, 불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방인에게 보이는 퉁명함, 불순한 의도가 다분한 서양 남자들, 아니, 남자들, 지갑을 열기가 고민스러운 높은 물가. 그동안 미웠던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되는 순간은 아주 찰나였다. 우리는 참, 그 잠깐 사이에도 무언가를 사랑하기도 한다.
 그것을 알아차릴 때면 내가 팽팽해지는 걸 느낀다.



여러분도 단 한순간만으로 사랑하게 된 무언가가 있나요?


The Arc de Triomphe de l'Étoile, Paris, France


작가의 이전글 애정의 무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