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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 날 Oct 06. 2023

일기장

오래된 여행일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내 일기장 면지엔 그의 글씨로

 ’ 생일 축하해!‘


한 장 넘겨 첫 장엔 내 글씨로

 ’ 이곳에 행복한 이야기가 슬프고 힘든 이야기보다 조금 더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


일기장을 덮고 그 위에 볼을 대어 보면 여전히 진한 가죽 향기가 풍겨온다.




“생일 축하해.”

피렌체에서 맞이한 스물한 번째 생일.

나를 애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저 멀리서부터 전해 오던 날이었다.

유일하게 내 귓가에 닿았던 건 몇 번이고 같은 곳을 여행하던 그의 목소리.


하루 종일 그의 축하를 받았다.

계속 듣고 싶어서 몇 번이고 또 말해달라 졸랐다.

그럴 때마다 그는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그가 전하는 생일 축하가 좋았다.

입을 열기 전 나를 보고 웃는 모습이 좋았다.

다섯 글자를 몇 번이고 정성 들여 발음하는 그 속도가 좋았다.

들뜬 목소리로 장난치다가도 차분하게 뱉는 그 말의 높낮이가 좋았다.

그의 말에 담긴 다정함이 좋았나 보다.


숙소 앞에서 그가 나를 불러 세웠다.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생일 축하해.”

그 다정함과 함께 건넨 건

피렌체의 가죽 공책.




여러분도 낭만을 선물 받았던 적이 있나요?


Piazzale Michelangelo,Firenze,lt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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