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다.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여정을 '소풍'으로 비유했다.
소풍이라니, 얼마나 설레고 아름다운 표현인가!
막걸리 한 잔 값만 있으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는 천상병 시인.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가난을 내 직업이라 했던 시인......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천상병시인은
'천생 시인이고 천상 순한 소년'의 모습이었다고 기억할 것이다.
이 빠진 모습에 주름진 얼굴의 환한 웃음사진은
그 어떤 화려함으로 치장해도 나올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1993년 그는 소풍을 끝냈다.
문득 궁금하다. 이 여정을 끝내고 돌아가서
그는 진심 아름다웠더라고 말했는지......
삶을 마무리하며 "참 아름다운 세상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이 행복일 수 있다.
그렇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묻고 싶다.
누구와 그 행복을 나눌 때, 진정으로 그 기쁨을 느낄 수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
그들이 나와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일상의 짧은 소풍을 나누는 것이다.
커다란 계획이 필요 없는,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느끼는 작은 기쁨.
그 순간들이 모여서 우리 삶을 채우고, 행복을 만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나의 곁에 있던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 그들의 소풍을 끝내고 떠나간다.
이별은 언제나 슬프지만
그동안 함께한 시간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오늘도 **“얼씨구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를 외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려 한다.
매일매일이 소풍 같은 하루라면
언젠가 그 소풍이 끝나는 날에도 미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그 순간들을 쌓아가자.
나중에 돌아보며, "정말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