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은 뭐니?
나는 정말 PO (Product Owner)로서의 직무를 이어나가고 싶은 걸까?
업무 강도는 높지만, 연봉 대우도 그만큼 좋다. 여러 직군의 팀원들을 조율하면서 리더십과 팀 매니지먼트 역량을 펼쳐 보이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그냥 이 직무가 멋져 보여서일까? '미니 CEO'라는 타이틀이 주는 멋 때문일까? (실제로 PO가 되고 싶어하는 주니어와 경력자들이 정말 많다.)
5개월밖에 다니지 못하고, 우울, 불안, 번아웃이 극도로 치달아 퇴사한 이전 직장에서 나는 PO였다. 내가 처음 맡아본 직무였다. PO를 맡은 사람과 일해 본 경험도 전혀 없었다. 그 직무를 맡은 5개월 동안 100% 경험해본 게 아니기도 하고, 내가 계속 하고 싶은 직업인지 확신이 없었다.
이전 회사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찾아가서 새로 맡은 직무와 우리 팀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고민을 한창 나누고 있었다. 그때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더 큰 회사로 이직 준비를 하라고 조언했다. 이직 기회의 창이 머지않아 닫힐 나이라고…
대기업, 유니콘 스타트업… 그런 말들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래, 더 큰 곳으로 옮겨야겠지?'
그때부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성과를 내서 좋은 이력서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거기에 나의 인정 욕구까지 더해졌으니 짧은 시간 안에 터져버릴 수 밖에.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에게 묻고 싶다. “진짜 대기업 가고 싶어?” “진짜 네가 하고 싶은 게 프로덕트 오너야?” 그때의 나는 자존심이 상한 채로 대답하겠지. “응, 나 할 수 있는데?”
하지만 지금의 나는 확실히 대답할 수 있다. 둘 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고.
지금은 내 작가 프로필에 ‘웰니스 디렉터’라는 그럴싸한 타이틀이 붙어 있으니 뭔가 길을 찾았나 싶지만, 퇴사 직후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잠들기 전, 남편에게 거의 매일 물었다. “여보, 난 뭘 해야 할까?” “난 뭘로 돈 벌고 살아야 할까?” 나도 모르는 걸 남편이 알 리가 없다. 아니, 그 누구도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이다. 두 달 가까이 같은 질문 속에서 답을 찾으려 애썼다.
그런데 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언젠가 해본 적 있을지도 모르는 그 질문. “난 뭘 해야 할까?”
사실 이 질문이 조금 더 럭셔리해질 수 있다는 걸 아는가?
“나는 뭘 해야 행복한 사람일까?”
나는 최근 이 질문을 통해 길을 찾았다. 끝까지 갈 길을 찾았다곤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걸어야 하는 길은 찾았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pain point와 needs를 파악하며 솔루션을 제안하는 데에서 나의 가치를 느낀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조금 더 윤택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나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위의 내용은 직업도, 회사도, 타이틀도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고 행복을 느끼는 일을 동사화한 것이다.
직업은 직업일 뿐이다. 직업은 내 삶의 전부나 나의 가치가 될 수 없다.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내가 솔직하게, 하고 싶은 일이나 행복을 느끼는 일을 찾아
동사로 정리해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혼자 조용한 공간에 앉아 노트를 펼치고, 가장 좋아하는 펜으로 3개에서 5개 정도의 답을 적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직업이나 진로, 타깃 회사 등을 정하기 전, 이 질문과 대답이 먼저 나오기를 바란다.
그래야 직업의 타이틀이나 회사의 네임밸류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열등감과 불안감을 떨쳐내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나의 행복과 가치를 우선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