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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과에 가봤나요?

내 나이 마흔, 윤석열 나이라 불리며 마흔을 두 번 맞은 나는 네이버에 '신경정신과'를 검색하고 있었다. 극 I다 보니 우선 나를 타박(?) 하지 않고 친절히 내 이야기를 들어줄 후기가 많은 곳을 검색했고, 한 곳을 찾아가게 되었다. 


사실 내 인생에서 '신경정신과'에 갈 일이 있을 거라 곤 꿈에도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인생을 살다 보면 내 삶에 어느 정도 일어날 것 같은 일들을 예상해 볼 수 있는데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만큼 자존감이 높았고, 나를 사랑했으며, 제법 긍정적인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곧 나의 자만이었다는 걸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인생은 제법 잘 풀렸다. 물론 내 기준에서 말이다. 대학은 갈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진학해서 정말 재미있고 즐겁게 다녔다. 취직은 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도 계약직이긴 했지만 수도권 은행 본사 사업개발 부서에서 2년간 일했다. 뒤늦게 꿈을 찾고 새로운 도전을 하여 사회복지사가 되었고, 삽 십 대 초반에 시작한 새로운 일자리에서 인정받아 1년 만에 팀장이 되고 3년 만에 과장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행운은 비혼주의자였던 나의 이상형이 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것이었다. 


이 정도면 엄청난 행운이 따른 인생은 아니더라도 무난하게 행복했던 것 같다. 일도, 사랑도 잘 풀리고 그냥 한마디로 '행복'했다. 여태까지 자연스럽게 흘러온 인생이 계속될 거라 생각했고, 그다음은 '아이'였다. 


막 집중해서 열심히 준비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 기대했고, 크게 스트레스받진 않았다. 양가 부모님들도 많이 기다리는 눈치셨지만 그걸 내색하진 않으셨으니. 늘 해왔듯이 일도 열심, 가정도 열심.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다렸지만 3년이 다되도록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주말 아침 엄마 생신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임태기를 했고, 결과는 두줄이었다. 생각보다 행복했고, 좋았고, 설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구나 싶었고, 그대로 10개월 후엔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3주 후 임신 확인서를 받고 일주일 만에 아이는 내 곁을 떠났다. 의사 선생님은 내 탓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았다. 승승장구하던 직장도 정말 다니기 싫어졌다. 그동안 일에'만' 매진했던 내 탓, 수없이 했던 야근 때문인 것만 같아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그래서 직장을 그렇게 그만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임신을 준비했다. 하지만 쉽게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5개월쯤 더 기다리기 힘들어 시험관을 시작했는데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결국 나는 아이를 갖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남편과 나, 둘 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수 없이 배와 팔뚝에 주삿바늘을 꽂았고, 약을 먹었고, 수면마취를 했지만 쉽게 만날 수 없었다. 


직장도 그만두고 '임신'에만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당당하고 자신감 있던 나는 없었다. 그렇게 우울증이란 녀석을 만나고 침대에만 붙어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 저 깊숙이 숨어있던 1%의 긍정이 나를 깨웠고, 한 때 책을 좋아해 가지고 있던 책들을 결혼하면서 그대로 들고 온 것이 생각나 문득 책장에 있는 책을 한 권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 책은 김수현 작가님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이다. 


책 표지에 나와있는 '냉담한 현실에서 어른살이를 위한 to do list'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 구입했던 책인데 이 책을 읽고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 100페이지씩 책을 읽기 시작했고, 조금씩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앞으로 책을 통해 내가 어떻게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책이라는 도구는 우리 삶의 매우 가까운 곳에 있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고, 저렴하면서도 인생의 디딤돌이 되어준다. 사람처럼 나를 울고 웃게 하지 않으며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마음껏 불어넣어 준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인생의 절망, 시련, 슬픔 앞에 있는 분들이라면 꼭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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