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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lbro Oct 14. 2024

상도 리뷰

신용의 중요성과 욕망을 가득 채우려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

상도 - 최인호 저



도를 추구하며 거대한 부를 이룬 조선시대 후기 상인 임상옥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소설입니다.


그가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올라가면서 겪은 우여곡절과, 자신이 이룬 막대한 부를 내려놓는 것을 보면서 생각할 점이 많았습니다. 임상옥의 깨달음과 화두들이 우리 인생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재물은 물과 같이 평등하고 사람은 저울과 같이 바르다. 부를 쌓지만 욕심을 위해 재물을 소유하려 하지 말고, 있어야 할 곳에 흘러가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이다.



상즉인


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상인에게 전부인 신용을 걸고 장미령 한 사람의 인생을 구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은 모든 것을 잃고 어머니도 모시지 못하고 갖은 고생을 하다가 승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장미령이 커다란 도움을 주었기에 다시 상인으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고비: 죽을 사


필사즉생 필생즉사, 백척간두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길뿐이라


첫 번째 어려움은 인삼 전매권을 통해 청나라에 막대한 물량을 들여와서 겪은 일입니다. 주도권을 잡고자 가격을 높게 불렀으나 청나라 상인들이 단합하여 불매운동을 벌였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으나, 백척간두에서 살아남는 길은 오직 한 걸음 더 가는 길 뿐이라는 깨달음을 얻어 인삼을 태워버렸습니다. 자신의 몸이 불타는 느낌을 받은 청나라 상인들은 결국 임상옥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두 번째 고비: 솥 정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 그때가 가장 위험한 고비가 아닐까 생각하여라.


두 번째 어려움은 홍경래의 난에 개입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갈림길입니다. 임상옥을 동료로 삼으려 접근한 홍경래에게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어느 길을 선택해도 잘못되면 사지가 찢기는 형을 받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세 발 달린 솥에서 명예, 권력, 부를 모두 한 번에 얻으려 하면 균형을 잃고 쓰러짐을 깨닫고 홍경래에게 거절 의사를 밝힙니다. 암살 위기에 처하지만 오히려 담담하게 그를 설득하여 돌려보냈습니다.



세 번째 고비: 계영배


계영기원 여이불사,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


마지막 어려움은 그가 막대한 부를 이루고 사랑까지 이루었으나 지나친 과시로 인해 관리들의 모함을 받고 옥에 갇히게 된 일입니다. 정확히는 대역죄인인 아버지로 인해 공노비가 된 송이를 양민으로 만들어준 일과 99칸의 대저택을 지은 것이 권력층의 눈에 거슬렸던 것입니다. 그는 계영배의 도움으로 욕망을 가득 채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송이와의 상생을 위해 연을 정리하고 자신이 과시하려 했던 것을 모두 허물었습니다. 모아두었던 막대한 재산을 풀어 빚을 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고 자신은 스스로 '채소를 가꾸는 노인'이라는 뜻의 가포라는 이름대로 여생을 살아갔습니다.


그를 통해 자족하는 사람이 가장 큰 부자이고, 아무리 많은 부를 축적하더라도 스스로 만족하지 않는 한 끝은 없기에 가득 채우려는 마음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상 깊은 구절들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오직 속이지 않는다는 두 글자만이 일생을 마칠 때까지 행하여도 좋으리라
남에게 은혜를 베풀어주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은덕을 절대로 잊지 않는 일이다.
어머니는 내 옷을 빨아서 햇볕에 말리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미 수년 전에 사라져 어머니에게는 죽어버린 자식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어머니에게 있어 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아들이며 수년 전에 사라진 아들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며 이제라도 당장에 불쑥 나타날지 몰라 때도 묻지 않은 아들의 옷을 깨끗이 빨아 널고 풀을 먹여 채곡채곡 가지런히 준비해 두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로운 사람으로는 세 유형이 있으니 그 첫 번째는 정직한 사람이오, 그 두 번째는 성실한 사람이오, 그 세 번째는 박학다문한 사람이나이다.
해로운 사람으로도 세 유형이 있으니 그 하나는 아첨하여 정직하지 못한 자요, 그 둘째는 신용이 없이 간사한 자요, 진실한 견문 없이 감언이설하는 자가 그 셋째이나이다.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앞, 눈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코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성실’과 ‘남을 속이지 않는 마음’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야말로 임상옥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상도일 것이다.
현자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며, 강자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며, 부자는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본시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며 나기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오는 것도 아니며 가는 것도 아닌 것을 네가 괴로워하는 것은 진흙덩어리에 불과한 네가 소유하려 하기 때문인 것이다. 가질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욕망이 진흙덩어리에 불과한 너의 실패인 것이다.
나는 평생 동안 이 물건(돈)을 주우며 살아왔소.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고 이 물건을 모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소. 그런데 이제 와서 돌아보니 이것은 다만 하나의 물건, 즉 아도물임을 깨달았던 것이오. 나는 이것이 나의 것이라 생각해 왔으나 이 물건은 본디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물건임을 깨달았소. 마치 흐르는 물이나 푸른 하늘이나 대기처럼 이 물건은 가질 수도 , 소유할 수도 없는 하나의 물건임을 나는 깨달았소. 이것은 잠시 내가 맡고 있는 것일 뿐,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물건이오. 이 아도물을 내가 영원토록 소유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집착임을 깨달았던 것이오.
사람도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미구에 밀어닥칠 죽음의 그림자에 대해서 전혀 모른 채 마당을 돌아다니는 봄달 오후의 닭은 우리의 인생이 아닐 것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아아, 보고 싶다, 하고 임상옥은 생각하였다. 만나고 싶다, 하고 임상옥은 생각하였다. 한 번만이라도 만나서 보고 싶다, 하고 임상옥은 생각하였다.
내 손안에 들어온 재물은 잠시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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