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두 세계를 벗어나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
중학생 때 이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당시 상당히 난해하다고 느꼈는데 15년이 넘은 지금 읽어도 쉽지 않습니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어렸을 때부터 선과 악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끝없이 사색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대부분 학생이 무리에서 주목받기 위해, 혹은 이탈하지 않기 위해 많이 에너지를 쏟았던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혼자 다니는 게 편했고 주변의 영향을 덜 받고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는 밝은 세계, 어두운 세계가 있습니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성장하면서 두 세계를 번갈아 가면서 경험합니다.
밝은 세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두운 세계를 동경했고, 의도치 않게 프란츠 크로머라는 아이의 악의에 휘둘려 어두운 세계에 가까워지다가 데미안의 도움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다른 도시로 유학했을 때 방황해서 술과 함께 사는 문제아에서, 베아트리체라고 이름 붙인 소녀에 대한 동경으로 밝은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에서 바로 우리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무언가를 보고 미워하는 거지. 우리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우리는 선한 면만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타인을 혐오하는 것은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입이다. 자신의 악함을 애써 외면하는 사람도 있고, 프란츠 크로머처럼 악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싱클레어처럼 고뇌하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싱클레어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중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데미안이 준 위 쪽지를 받고 신과 악마, 선과 악을 모두 가진 존재인 아브락사스를 접하면서 경계가 더 희미해졌습니다.
인생에서 유일한 것은 운명에 자신을 맡기고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다.
싱클레어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모두 각 세계의 사람들과 진심으로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성장할수록 혼자 산책하고 사색하며 스스로를 탐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았습니다. 그리고 데미안, 피스토리우스, 에바 부인 등 그에게 영감을 주고 그와 통하는 카인의 표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세상에 알려진 통념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의심하고 질문하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암묵적으로 성(性)을 금기시하고 선한 면만 강조하는 교회를 비판하고,
카인이 고귀한 인간이고 아벨이 비겁자라는 새로운 해석을 하고,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에게 끝까지 귀의하지 않은 도적이 개성 있다고 여깁니다.
카인의 표식과 관련해서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데미안이 어린 싱클레어에게 카인의 표식이 있는 아이라고 하며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런 성향을 알아차려서였을까?
크로머에게 휘둘리는 시절의 싱클레어에게서 어떻게 카인의 표식을 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