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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샤 Oct 02. 2023

왜 이 일을 하는가?

근래 가장 많이 들은 질문에 대하여

근래 나를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일수록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너무 의외의 선택 이어서일까? 더 다양한 필드에서 뛰어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까?

뒤이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거냐는 질문에, 나는 금방 그만두고 또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답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이라 기대하는 걸까?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까? 아니라면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아직 사회에선 병아리 같은 존재인 나에게, 저 하나의 질문은 끝없는 생각의 고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생각을 기록해 보려 한다. 그 기록의 끝에선 답을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지금의 나는 ‘대한민국 교사’이다.


다만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교사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전국에 20명도 안 되는 ‘러시아어 교사’이자, 통합학교라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두 가르친다. 심지어 국제학교라 러시아어가 모국어인 친구들에게도 러시아어와 러시아문화수업을 한다. 중3 담임이기도 하다.

이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지 저녁에는 대학으로 돌아가, 소프트웨어창업학회의 대표가 되어 웹개발을 가르친다. 지난 방학에는 리서치 커뮤니티에 들어가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분명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즐겁다. 그런 나를 단순히 ‘일’적으로 ‘교사’로 정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작년의 나는 창업을 했고, 유라시아 지역을 돌아다니며 현지시장조사를 했다.

막 스무 살이 된 나는 외교관이 되고 싶어 외교부를 기웃거렸고, 아주 어렸을 땐 마술사와 천문학자가 꿈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난 선생님이다.



어떻게 이 점들을 관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쩌면 나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고등학생의 나는 ‘함께하고 나누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학교에서 시작해, 지역사회(울산), 더 나아가 세계(러시아)로 뻗어나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성인이 된 나는 여전히 함께하고 나누고 소통하며,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 보는 중인 것 같다.

창업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를 모두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전쟁 앞에 무너졌고, 지금은 다시 학교와 학생으로 시작해 내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임을 다시 확인하는 단계인 것 같기도 하다.


돌고 돌아 내가 왜 ‘선생님’을 하는가? 에 대한 답은 아직 명확하게 찾지 못했다.

다만 단순히 ‘가르치는 게 즐거워서’는 아닌 게 분명하다. 올 한 해 동안 너무나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과 부딪히며 울고 웃고, 보람을 느끼기도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교권에 집중하게 된 해라, 더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찬찬히 내 발걸음을 정리하다 보면, 에세이가 마무리될 때 즈음 맞이하는 새해에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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