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모했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
여전히 “성장”이란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뛴다.
아직 성장이 고프고, 더 많이 성장할 기회가 남았다 생각하는 햇병아리기 때문일까?
그래도 가장 많이 성장한 순간을 떠올려 보면 “가장 무모했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2021년 5월, 나는 친구 3명과 함께 창업에 도전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반복적인 일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해 보고 싶단 작은 생각이 시작이었다.
한-러수교30주년이 되고, 러시아와 교역액은 계속해서 늘었지만, 사람들에게 러시아는 단지 “추운 나라, 가장 가까운 유럽, 푸틴과 곰의 나라 정도였다.
반골 기질이 있어서일까? 사람들이 잘 모른단 사실에 더 끌렸던 걸까? 아님 사람들이 얘기하는 그 러시아의 불확실성에 매력을 느낀 걸까?
사람들이 러시아를 제대로 알게 되면, 분명 푹 빠질 거라 믿었던 나는, 친구들과 한-러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국가 간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구매지표, 댓글)를 바탕으로 KOTRA를 넘는 새로운 한-러 B2B 사업의 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사람들의 머릿속의 러시아라는 나라가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닌, 다음으로 집중해야 할 가장 가까운 시장이 되길 바랐다.
모든 도전이 끝난 지금, “모르니까 과감할 수 있다”라는 어른들의 말이 이해된다.
사업의 ‘ㅅ’도 모르던 우리였지만, 변화를 만들어 보기 위해 달렸다. 대표님과 교수님을 찾아가 멘토링을 받고, 국내 라이브커머스 1위인 N사에서 사무보조와 방송현장보조를 하며 라이브커머스를 배웠다. 한-러 구매대행을 하던 인플루언서를 인터뷰하고, 기업에 콜드메일도 보내고,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2번의 시범방송도 진행했다. 다른 기업 자료를 분석해, 우리 IR자료를 만들어 발표하고, 외교부장관상도 받았다. 그리고 러시아로 진짜 나가려고 하기 직전 발발한 전쟁 때문에 잠시 멈췄고, 지금은 팀이 흩어졌다.
그 모든 과정을 돌이켜 보면 잘했다기보다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서툴고 몰랐기 때문에, 무모하게 부딪히고 넘어지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창업하겠다고 다짐하고 몰입한 7개월.
그 전과 후를 비교하면, 나는 많이 성장했다.
이 성장의 변화는 일을 하는 기술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법을 고민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의 성장통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도전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기꺼이 ‘한 번 해보지 뭐’라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실패해도 나는 그 실패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하고,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하지만, 최근 다시 창업할 생각 있냐는 질문에 나는 ‘오히려 아는 것이 많아져서 망설여진다’고 답한다.
몰랐던 만큼, 몰입했고 배움에 겸손할 수 있었다. 어설프지만 아는 게 생겼다는 이유로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나열하고, 나만의 도전 우선순위에서 미루곤 한다.
이 글을 쓰다보니, 또 무섭게 성장하던 과거의 내가 그립다.
그 성장했던 순간이 하나의 그리운 기억 파편으로만 남지 않길, 또 한 번 큰 성장의 파도가 나를 덮치길 기대하고 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