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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Apr 12. 2024

내비게이션

일상시선

내비게이션을 켠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추천경로를 찍는다

최소시간과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뒤

운전에 집중한 채 앞을 보고 속도를 올린다

차창을 스치는 바람과 빠르게 달리는 기분이 좋다

단속구간에서 속도를 줄이라면 줄이고

정체구간에서 돌아가라면 돌아간다

약속한 시간에 무사히 도착한 그 곳에서

오늘 만나기로 정한 사람들을 만난다


내비게이션을 끈다

목적지를 잊었다

기억나는 곳도 가고싶은 곳도 없어 무작정 달린다

익숙한 풍경을 하나 둘 지나

언제 이렇게 멀리 떠나왔을까 생각이 들 때쯤

낯선 휴게소가 나타난다

차를 세우고

어쩌다 지금 나와 같은 곳에 머무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꽉 막힌 터널로 들어간다

브레이크를 지그시 밟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과 음악을 들으며

깜빡이는 불빛 사이를 한참동안 두리번거린다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이름 모를 동네에 다다른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나눈다

나는 오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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