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시선
내비게이션을 켠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추천경로를 찍는다
최소시간과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뒤
운전에 집중한 채 앞을 보고 속도를 올린다
차창을 스치는 바람과 빠르게 달리는 기분이 좋다
단속구간에서 속도를 줄이라면 줄이고
정체구간에서 돌아가라면 돌아간다
약속한 시간에 무사히 도착한 그 곳에서
오늘 만나기로 정한 사람들을 만난다
내비게이션을 끈다
목적지를 잊었다
기억나는 곳도 가고싶은 곳도 없어 무작정 달린다
익숙한 풍경을 하나 둘 지나
언제 이렇게 멀리 떠나왔을까 생각이 들 때쯤
낯선 휴게소가 나타난다
차를 세우고
어쩌다 지금 나와 같은 곳에 머무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꽉 막힌 터널로 들어간다
브레이크를 지그시 밟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과 음악을 들으며
깜빡이는 불빛 사이를 한참동안 두리번거린다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이름 모를 동네에 다다른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나눈다
나는 오늘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