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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Feb 26. 2024

동물농장의 사육사

퇴로는 없다

동물농장이라는 오래 된 TV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사육사들이 자주 출연하는데, 그들과 그들이 키우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며 엄마인 나는 뜻밖의 공감을 자주 하게 된다. 이를 테면 아이들을 키우며 맞닥뜨리는 포장지 벗겨진 야생의 인간 본성같은 것, 나는 사육사로서 그것을 잘 관찰하고 알아가며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사랑스럽지만 때때로 엉뚱한 고집을 피우고 화내고 싸우고 거짓말을 하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을 가까이에서 상대해보니 우리 안에 태초부터 선악과 더불어 놀라운 지혜로움과 말할 수 없는 멍청함이 공존하는 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그 모든 모순을 엄청난 귀여움으로 극복 중인 그들을 오직 사랑으로 수 백 번 가르치며 인내하다가 아이들과 마침내 어떤 지점에서 서로 분명하게 통했다는 걸 느끼면 정말 큰 기쁨을 얻는다.


세상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인간군상 중 더 이상 귀엽지 않은 어떤 사람들은 미처 누군가와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채 몸만 어른이 되어버린 거라 생각하면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 든다. 아이를 키우며 새로이 발견한 또 다른 좋은 점은, 인간을 인간 자체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작고 연약한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아무 가진 것 없는 인간에 대한 존중을 배우게 된다. 인종, 성별, 나이, 학벌, 직업, 재산, 지위를 막론하고 그들은 모두 한 때 아이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가 앞으로 다니게 될 학교 또한 이 사회의 축소판 같은 곳이다. 그 곳에서 배우는 교과과목이 시시할 지언 정, 그 곳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려줄 선생님이 나와 같은 부모 대신 있다. 그 선생님들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알고, 책임감을 갖고 아이들을 교육해야 이 사회가 바로설 수 있다. 교권침해, 아동학대를 백날 외치며 서로 각을 세우고 으르렁거리며 가짜 존중을 요구하는 것은 끝내 아무런 소득이 없다. 사회가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모두가 교육을 바라보는 각도를 조금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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