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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Oct 06. 2024

나르시시스트 언니와 고양이 실종 사건

미뇽은 어디에?

새끼나르와 고양이 사건 (새끼 나르는 나의 나르시시스트 언니이다.)


대학교 때 발표가 있던 날, 학교에 가던 중 새끼나르에게 카톡이 왔다.  

"미뇽이 가 없어진 거 같아."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가족과 함께 했던 고양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나는 새끼나르에게 잘 찾아보라고 했다. 옷장과 옷 사이도 다 확인했냐고 물었다. 고양이들이 자주 옷과 헹거 사이에 숨었기 때문이다. 새끼 나르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며, 나에게 카톡을 쉴 새 없이 보냈다.

“ 네가 문 열고 나갈 때 같이 나간 거 아니야? “ ”미뇽이 너 때문에 없어진 거 같아!! “ ”너가 고양이를 잃어버린 거 같아! “


새끼 나르는 1초도 쉬지 않고 톡으로 전화로 나에게 연락을 해 왔다. 다시 잘 찾아보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았다. 환승 정류장에 내려 조용해진 틈을타 전화를 거니, 새끼 나르는 날카롭게 험한 말들을 쏟아내며 나에게 당장 집으로 튀어와 미뇽 이를 찾아내라고 소리를 질렀다.


정말 고양이가 없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발표고 뭐고 다 잊고 집으로 다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야옹이를 찾았다. 어디를 봐도 야옹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 또한 덜컥 겁이 나서 정말 내가 나갈 때 고양이가 따라 나왔을까? 하는 생각으로 집 밖의 복도와 계단 쪽, 모든 곳을 샅샅이 살폈다.  분명 아침에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늘 냥이들이 혹시나 문을 열면 나갈까 걱정돼서 현관을 잘 살폈기 때문에 분명 고양이가 집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복도를 살피는 동안 새끼 나르는  같은 층에 있던 모든 집의 벨을 미친 사람처럼 누르며 고양이를 혹시 보지 못했냐고 물어보고 다녔다. 그 당시 나와 새끼나르가 살던 오피스텔은 10세대가 넘는 집이 한 층에 있는 오피스텔이었다. 누가 언제 나와서 혹시 집 밖으로 나간 야옹이가 엘베를 타고 밖으로 나갔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새끼 나르는 복도 끝에 있던 내게 다가와서 소리를 지르며 "너 때문에 야옹이가 나갔잖아! 어쩔 거야! 어쩔 거야!"라고 외치며 난리를 쳤다.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문을 열고 복도에 있는 우리를 쳐다봤다. 나는 문을 연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며, 고양이를 잃어버려서 찾고 있는데 혹시 보셨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못 봤다고 했다.  


나는 이럴게 아니라 관리사무소에 가서 우리 집 바로 앞을 비추는 cctv를 보자고 했다. 관리사무소에 가니, 방재실로 가라고 했다. 방재실로 향하는 길에 새끼 나르는 온 아파트와 오피스텔 단지가 떠나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 등을 때렸다.

"너 때문에!!!! 야옹이가 없어졌잖아!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이 썅년아! 어쩔 거야! 야옹이 만약 못 찾으면 난 너 절대 안 봐! 너 이년 내가 앞으로도 절대 안 볼 거야! 너 씨X 내가 절대로 죽을 때까지 용서 안 할 거야!!" 


새끼나르가 내 등을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이후 확인해 보니 등에 멍이 다 들었다. 진짜 야옹이가 없어진 줄 알았던 나는 그렇게 맞으면서도 빨리 야옹이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과 동기들에게 카톡과 전화가 빗발쳤다. 언제 오냐, 이제 곧 니 발표 차례다. 너 뭐 하냐, 자고 있냐. 어서 와라. 모두 계속해서 내 걱정을 했다. 나는 친구들에게 집에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교수님께 우선 말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발표가 문제가 아니었다. 미뇽 이를 찾아야 했다. 내 동생 미뇽 이를.


방재실에 가서 집 앞을 비추는 cctv를 확인했다. 아무리 돌려봐도 내가 나갈 때 고양이가 같이 나간 모습은 없었다. 화면 속에는 분명 나 혼자였고, 나는 문을 닫은 이후 문이 닫혔는지 확인까지 했다.


화면을 보던 새끼 나르는 갑자기 차분한 표정으로 “그럼 안나온건가...?” 하더니 갑자기 서둘러 방재실을 나갔다. 나는 직원 분에게 우리가 뭔가를 착각한 것 같다고 말하고 그녀를 따라 나갔다. 집으로 향하고 있는 그녀에게 달려가서, 나는 고양이가 집에 있을 거 같으니 집을 다시 같이 찾아보자고, 다행이라고 했다. 새끼 나르는 자기가 철저하게 찾아봤으니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나 : "보이지 않는 곳에 숨었겠지. 진짜 다 찾아본 거 맞아?"

새끼나르 : "다 찾아봤다고! 몇 번을 말해! 싱크대 아래랑 창고까지 봤어. 내가 넌 줄 알아? 제대로 찾지도 않고 없다고 하게?"


우선 고양이를 찾아서 직접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되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던 나는 새끼나르에게 화를 낼 정신도 없었다.

집에 다시 돌아와 이곳저곳을 찾던 중 내 눈에 새끼나르방에 쌓여 있는 옷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옷을 얼마나 쌓아 놨는지, 높이가 내 무릎까지 왔다.  


설마....


옷을 들추자마자 야옹이가 보였다.  

간식을 흔들어도, 장난감을 휘둘러도 나오지 않던 미뇽이는 새끼나르 방의 옷 더미에 숨어 있었다. 찾기 시작하자마자 발견한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나는 새끼나르에게 바로 찾았다고 말했다. 언니 옷더미 사이에 있었다고 하자 새끼 나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거기는 안 봤는데, 거기 있었다고?"

“아까는 다 찾아봤다며.”

“거기는 당연히 안 들어가니까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찾아서 다행이다.”

“나한테 사과 안 해? 나 오늘 발표 있는 날인데 이렇게 됐어. “

“아 그건 미안해. 근데 네가 워낙 평소에 문 열 때 고양이들 잘 안 살피잖아. 그래서 내가 그렇게 생각한 거지. 네가 평소에 잘 신경을 썼어봐.”

“하... 뭐라고? 다녀와서 얘기해.”


우선 고양이를 찾아서 다행이었고 나는 발표를 하러 학교에 가야 했다. 다녀와서 보자고 말하고 학교로 향했다. 늦게 도착해서 결국 발표를 못했다. 그날 저녁. 집에 와서 내가 새끼나르에게 아까 나에게 소리 지른 것과, 날 때린 것. 그리고 내가 발표를 못해서 학점을 제대로 못 받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다.

나르는 머쓱하게 웃으며, "미안, 근데 찾아서 다행이잖아. 진짜 나갔으면 어떡해? 그리고 내가 생각해 보니까 나 옷 더미도 확인했었어. 학점은 다시 재수강하면 되잖아. 때리고 욕한 것도 미안, 근데 너였어도 나처럼 했을걸? 야옹이가 없어져서 당황해서 그런 건데 네가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냐?"  라고 했다.


그날 이후 내 동기들이 왜 발표를 안 했냐고 나한테 물어봐서 이 에피소드를 말해주면 다들 반응이 이랬다.  


"너... 진짜 피곤하겠다. 언니한테 사과는 받았어?"   

나르가 그날 한 그걸 사과라고 해야 할까. 그 이후 내가 이 사건에 대해 말하며 정말 언니 때문에 하루가 너무 피곤했었고 언니 때문에 그 학기 학점을 망쳤다고 말을 하니, 새끼 나르는 말했다. "언제까지 그때 일을 얘기할 거야? 진짜 너는 과거 일을 너무~ 자주 말한다~ 네가 나한테  잘못했던 것들이 더 많아!"라고.  


지금 생각하면 왜 이렇게 바보같이 나르 엄마와 새끼나르에게 쩔쩔매며 당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우리 집에서 적용되던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예의를 갖춰야 하며, 나이 많은 사람이 화를 내면 우선 그 화를 풀어 주는 것이 아랫사람의 의무라고 끊임없이 세뇌당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항상 나와 언니 사이에 갈등이 있을 경우에 나르 엄마는, 나이 많은 사람이 잘못을 하면 그게 아무리 잘못되고 부당해도 어린 사람이 참고 넘어가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물이 위에서 흐르지 아래에서 흐르니!"   


나르엄마는 나와 새끼나르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이런 말을 했다. 분명 동생인 네가 잘못을 했으니 언니가 화를 냈을 거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말이다. 나르 엄마는 나에게, 잘못을 하더라도 너가 더 많이 하지 언니가 잘못을 하겠냐는 말도 많이 했다.


게다가 혹여나 언니가 잘못을 하더라도 그것을 3살이나 어린 내가 지적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수도 없이 했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면, 썩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데 그걸 누가 그대로 맞으며 지켜보냐고 엄마에게 말했다. 상대가 예의를 지켜야 나도 예의를 지키지, 시도 때도 없이 기분에 따라 막말을 일삼는 사람에게는 나도 똑같이 할 거라고 했다. 이런 내 생각을 내비치기라도 하면, 나르 엄마와 새끼 나르는 입을 모아 내게 말했다.  


"버릇없는 것. 위아래도 없는 것! 내가 널 잘못 가르쳤어!" "나이 많은 사람을 무시하는 것 같으니라고!"  

"엄마가 쟤를 너무 오냐오냐 풀어주면서 키웠어요! 예의도 모르는 애로 키워서 쟤가 저러는 거잖아요!" "너 말이 맞아. 쟤는 나중에 회사에 가서도 상사한테 대들 년이야!"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들보다 어린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 엄마와 언니의 분노가 시작될 때는, 나의 그 어떤 말도 절대 통하지 않았다.  


왜냐면, 우리 집에서는 나르와 새끼 나르는 절대로 틀리거나 문제가 있을 리 없고, 항상 내가 문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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